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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 2022.08.05. CGV 용산 (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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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혹 미리니름이 될 수도 있으니 유의바랍니다)

종종 하는 이야기인데, 누구나 알고 굉장히 유명한 영화 혹은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론 이상하리만치 인연이 없는 경우가 제법 있다. 내겐 '프레데터'도 그런 케이스로, 에일리언 시리즈는 그럭저럭 극장에서 관람을 좀 한 반면 유독 프레데터 시리즈는 한편도 극장에서 볼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그런 이유로, OTT 오리지널인 <프레이>를 극장에서 관람한 것은 여러가지로 의미있고 즐거운 경험이 되었다.

잠깐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중학생 때 이야기를 좀 하자면, 반 친구 여럿이 어떤 영화를 보고 왔는데 한 친구가 유독 불만을 표했더랬다. 예고편을 통해 굉장한 액션영화를 기대하고 갔는데 갑자기 웬 괴물이 튀어나오고 개연성도 엉망인 이따위 영화가 어디 있냐며 화를 내는 통에 아직도 기억이 난다. 존 맥티어난의 <프레데터> 이야기다. 지금이야 에일리언과 더불어 헐리우드 상업영화가 낳은 양대 크리쳐로 대접받고 있는 프레데터이건만, 그때는 <코만도>를 보려는데 난데없이 끼어든 근본 없는 괴물 취급을 받기도 했던 것이다. 뭐든 시작이 있기 마련이고 지금에 와선 그 이상한 영화가 일종의 '근본'이 되었지만.

태생적인 배경부터 미래인 에일리언이 기원을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불쾌한 요소의 집대성과 그 존재 자체로 근원적인 공포를 안겨준다면 프레데터는 '사냥꾼'이라는 독특한 포지션으로 캐릭터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현대의 지구를 무대로 선택하여 인간을 '사냥감'의 위치에 둔다. 어디서 왔는지 왜 이러는지도 모르는 '포식자'가 인간을 사냥하고, 표적이 된 인간이 열세를 극복하며 어떻게든 살아남는 '서바이벌'이 프레데터 시리즈의 근간을 구성한 가장 기본적인 특성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이>는 프레데터 시리즈가 갖고 있는 고유의 날것스러움에 집중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300여년 전의 미국을 무대로 원주민을 주인공으로 삼아 한층 원초적인 대결 구도를 만들었는데, 여러모로 인간이 가진 열세를 부각시키고 오리지널의 정글과 비슷한 호흡을 자아낸 점이 좋다. 이것은 그 위상과는 별개로 내겐 어느정도 'B급'의 인상으로 남아있는 프레데터의 캐릭터성과도 연관이 있다. 시종일관 일종의 클로킹 기술로 몸을 숨기다 막판에야 본모습을 좀 보여줬던 <프레데터>에서 받은 느낌과도 맞닿아 있고, 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진 '야성'이 그 매력의 원체험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도시를 무대로 했지만 <프레데터 2>는 통제 불가능한 맹수가 도심으로 숨어든 인상이었던 터라 그 본질을 유지했고 '본진'으로 인물들을 소환해서 펼쳤던 <프레테터스>가 원전의 느낌을 어느정도 반영했으며, SF적인 성격이 한층 부각된 AVP 시리즈가 좀 볼만한 킬링타임 영화였고 시리즈 중 가장 하이테크에 다가간 <더 프레데터>가 혹평을 면치 못한 걸 두루 떠올려 봤을 때 <프레이>의 선택은 꽤 영리한 접근이다.

베일에 싸인 존재가 두려운 이유는, 그게 뭔지 알 수 없다는 것에서 비롯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깊이 들어가면 환상이 깨지고 두려움도 좀 가시게 되는 법이다. <에일리언 커버넌트>를 재미있게 봤음에도 좀 낮게 평가하는 이유이기도 한데, 굳이 설명할 필요도 따로 정리할 필요도 없는 '기원'을 명확하게 해 버렸기 때문이다. (덤으로 그게 그렇게 좋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엘리자베스 쇼라는 기구한 캐릭터를 거의 능욕하다시피 한 전개는 지금도 납득이 어렵다. 스콧 옹 대체 왜 그러셨습니까) 요즘 상업영화에서 먹힐 만한 요소를 죄다 때려박고도 <더 프레데터>가 엉망이 된 건 그런 이유다. 사냥꾼과 사냥감 그리고 처절한 생존, 이걸로 충분한 시리즈에 세계관 확장이랍시고 그다지 좋지 않은 양념을 끼얹으려다 제 다리에 걸려 넘어졌달까. 존 윅 시리즈의 예를 들자면 오히려 단편적이고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그 세상을 엿볼 수 있는 정도까지가 딱 좋았던 것과도 상통한다.

<프레이>는 시대와 인물 등을 좀더 날것스러운 쪽으로 집중하는 동시에 시작 부근에 시대를 표기하는 것 외에 그다지 설명을 덧붙이지 않는다. 중간부터 등장하는 유럽인들과 엮이는 대목에서도 통역을 통한 몇몇 대사 외엔 굳이 자막조차 넣지 않고, 상황을 보여주는 것에 있어서도 어느정도 절제를 하고 있다. '포식자'가 사냥감을 잡고 우리가 보기에(또는 인간의 관점에서) 잔인하게 다루는 현장을 표현은 하고 있으나 지나치게 노골적이거나 자세하게 보여주진 않는다. 심지어 프레데터의 클로킹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약간의 굴절효과를 모자이크나 블러처럼 활용하는 영리한 처리법도 선보인다. 사냥감을 잡아 껍질을 벗겨 나무에 거꾸로 매달거나 목에 칼집을 내서 척추째 잡아올리는 등의 구체적인 행위가 존재하고 사지도 적잖이 날아다니지만 정작 표현 수위는 그렇게 높지 않고, 상당부분은 거기서 상황을 유추하는 관객의 상상력에 맡긴다.

그럴듯한 설정의 심화나 방대한 세계관 같은 것을 접어두고 본질과 상황(및 그에 따른 인물들의 묘사)에 집중한 덕분에 부감으로 보여주는 방대한 자연의 존재감에도 불구하고 일견 단출해 보이기까지 하는 작품이 되었지만, 그런 일련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오히려 프레데터 고유의 야성적인 매력이 살아났다.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 과정에서 대립각도 생기고 관계가 얽히기도 하지만 여성 캐릭터인 나루가 본작의 프레데터와 일대일로 대적하는 것이 주요한 흐름이 되고, 물리적으로 무척 힘에 부치는 것이 확연한 나루가 이런저런 여건을 이용해서 최종적으로는 '피식자가 살아남는' 과정도 무난하게 잘 엮었다. 원전과 원전에 준하는 작품에 대한 오마쥬도 잘 녹여냈고, 화끈하고 대단한 스케일의 액션에 이르진 않았으되 각별하게 신경쓴 사운드의 활용 등으로 몰입도를 높였다. 엔드 크레딧의 원주민풍 삽화를 통해 잠깐 나타난 '그것'에 이르면 아이쿠 저걸 어째 싶었는데, 그 이후 상황에 대해선 후속작을 통해 보여줄 수도 있겠으나 굳이 그러지 않아도 상관없다. 적어도 그때 벌어질 일들이 나중의 역사를 바꾸진 않을 테니 이또한 상상과 가정의 영역으로 남겨두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대단한 성취를 이루진 않았으나 많은 것을 내려놓고 선택에 집중한 결과가 나쁘지 않다.

인지도와 위상에 비해서 정작 '영화' 자체는 그에 준할 만큼 흥한다는 인상을 못 받는 게 프레데터 시리즈인데, <프레이>가 좋은 반응을 얻어 괜찮은 후속 기획들을 끌어낼 수 있다면 가장 좋은 흐름이 아닐까 한다. <프레이>를 보면서 '이렇게 되면 여러 시간대의 여러 환경에서 프레데터와 인간의 대결을 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더니만, 이미 코믹스 쪽에선 오래전부터 그런 쪽으론 여러가지 시도를 했던 모양이다. 개인적으론 아프리카를 무대로 펼쳐지는 야성의 서바이벌도 재미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자칫 '수트 입은 히어로 액션'이 될 뻔한 프레데터 시리즈의 방향성을 원초적인 야성으로 가다듬었다는 점에서 <프레이>는 큰 성취보다는 준수한 완성도를 안정적으로 추구한 결과물이다. 향후 이 프랜차이즈가 이런 방향으로 나간다면 적어도 큰 헛발질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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