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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리- 2014.11.13.CGV영등포 (시사회)
나역시 여느 사내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어렸을 적에 '전차' 하면 눈을 반짝반짝거리곤 했는데(물론 지금도 관심의 대상이긴 하다), 이상하게도 '전차가 제대로 나오는 영화'를 본 기억이 별로 없다. 전차가 몰려나오는 영화라고 해 봐야 딱히 기억나는 거라곤 초등학교땐가 TV에서 본 <발지대전투>가 고작이고, 전쟁영화의 소품으로 고증에 비교적 충실한 전차가 나오기 시작한 것도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보니 소재 측면에서 <퓨리>에 관심이 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어렸을 때와 현재의 내가 전쟁영화를 바라보는 시각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이다. 막연하게 피아를 나눠놓고 적군을 신나게 두들겨 깨부수는 대목에서 환호하던 건 어디까지나 어렸을 때고, 지금은 전쟁영화를 보고 있자면 그 표현 정도에 비례해서 우울한 쪽으로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삼국지>를 끌어오자면, 예전엔 관우니 장비니 하는 강력한 무장들이라도 된 양 일당백의 활극에 자신을 대입시켰던 데 비해 지금은 여포가 사모 한번 휘두를 때마다 꼬치산적처럼 꿰여나가는 평범한 잡병들이 내 쪽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해야 하나.

언제나처럼 서설이 또 장황해졌는데 사정이 이렇다보니 아예 작정하고 덤비는 활극이라면 모를까, <퓨리>같은 영화는 이제 맘편히 보기 쉽지 않은 입장이 된 것이다. <퓨리>는 일견 전설급의 영웅담이 될 만한 전차병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결코 통쾌한 영화는 아니다. 그렇다고 전쟁의 본질과 그 안에서 파괴되는 인간을 다룬 심각한 작품들같은 반전의 입장을 취하고 있지도 않고, 무덤덤하게 관조하는 시선을 유지하고 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전차를 매개로 한 사실적인 전투장면의 와중에 개개인이 취하는 방편과 감정의 동요, 자기합리화 등을 나열하는 식이라는 편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

나가노 마모루가 일찌감치 FSS에서 요약했듯 '남자는 죽이고 여자는 범한다'는 전쟁의 룰이 이 작품에서도 예외는 아닌지라 초반부터 다소 강도가 센 장면을 제공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줄곧 긴장이 흐르는 몰입감을 끌어내며, 5명이 탑승하는 전차 특유의 운용을 역동적으로 연출한 솜씨가 좋다. 시야 확보를 위해 포탑 밖으로 몸을 내민 전차장의 지시에 따라 각자 위치에서 제 역할을 수행하며 적을 격파하고 공격을 피하는 대목을 보고 있자면 기이하게도 주로 폐쇄적인 배경을 선보이는 잠수함 영화가 생각난다. 질긴 목숨을 이어가며 살아남아 전차병으로 살아가는 병사들에게 있어(특히 브래드 피트가 분한 워대디의 경우) 전차는 이미 그 자체로 하나의 '공간'이며 어떤 의미론 '집'과도 같이 여겨진다는 게 자연스럽게 공감가게 되는 것은 노련한 연출 덕분일 것이다.

퓨리의 전차장 워대디는 새로 배속된 노먼에게 '남한테 정 주지 말라'고 처음부터 못을 박지만 자신의 머뭇거림이 아군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비정하고 잔인한 전장에 익숙해져 가는 것 만큼 한 '배'를 탄 전우들에 대한 연대감은 강해진다. 몇몇 사건들을 통해 총좌에 앉아 '나치스 놈들'에게 기관총을 서슴없이 갈기고는 한사람 몫을 하게 되었다며 동료들로부터 칭찬받고 웃을 수 있게 된 노먼이 정작 자신은 막 저버렸을 지도 모르는 일말의 인정이랄까 하는 것의 수혜를 받는다는 것이 역설적이고, 어떤 면에선 이 대목이 <퓨리>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기실 <퓨리>는 살아남기 위한 잔인함이 피곤하게 누적된 전쟁터를 현실감있게 묘사하는 가운데 영화에서 취할 부분은 관객의 몫으로 돌리고 있는 듯 하다. 나이를 먹은 탓인지 아니면 판단력이 흐려진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떤 작품을 보고 나서 '이 영화의 주제는 이것이다'라고 잘라 말하는 게 점점 어려워져 간다.

- [전단지] 퓨리 (일본판/한국판)

브래드 피트와 로건 레먼의 친절한 팬서비스가 돋보였다는(그 덕분에 무대인사가 취소됐지만 ㅠ ㅠ) 레드카펫 이벤트장 사진.
by EST | 2014/11/19 12:30 | 영화관 2010 | 트랙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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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JOSH의 험난한 세상.. at 2014/12/01 00:47

제목 : FURY (2014)
- 클라이막스 전 까지는 정말 역대급 전쟁영화 느낌 클라이막스에서 급 배달의 기수 &gt; 각본 : 감독,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어쩌죠? &gt; 감독 : 아 몰라(ㅅㅅ). 전쟁영화니까 걍 질펀하게 싸우고 끝내. - 여튼 화면은 정말 잘 나와서 2차대전 덕후는 입 헤~하니 벌리고 화면 디테일 감상. - 플롯은 약하다. 그냥 얘들이 겪은 이틀간의 이야기이니까. 그게 졸라 하드해서 탈이지 스토리? 이 상황에서 스토리 찾게 생겼어? 의 ......more

Commented by 실피리트 at 2014/11/19 15:50
마지막 문단 쓰신 내용 보니까 밴드 오브 브라더스 생각이 나네요. 윈터스가 아직 어린 티가 남은 독일군 병사와 대면하고 잠시 머뭇거리다 쐈는데, 나중에 회상하면서 그 후에도 항상 최전선에 있었지만 누군가에게 총을 쏜 일이 없다고...
Commented by 나이브스 at 2014/11/19 22:11
과연 5티어 셔먼이 7티어 티거와 어떻게 싸우는지가 궁금한...
Commented by 지녀 at 2014/11/19 22:45
이지에잇이라서 6티어인 걸로...
Commented by EST at 2014/11/20 13:02
실피리트// 실은 제가 아직 BoB를 제대로 못 봤어요. (나중에 몰아서 보려니 엄두가 안 나서...) 수작으로 일컬어지는 전쟁영화들은 그렇게 조금씩 맞닿아 있는 것 같습니다.

나이브스, 지녀// 앗 이분들이 제가 모르는 이야기를 하신다들! (월탱이지 싶지만서도...) 아, 참고로 체급(?)차이는 쪽수로 극복합니다. 셔먼 넉대가 티거 한대를 상대로 간신히 승리합니다. 물론 그 와중에 세대는 격파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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