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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픽 림(2회차)- 2013.7.18.CGV 신도림
- 제목은 2회차지만 오늘 조조로 3회차 찍었으니 새삼 감상문 적긴 좀 무엇하고, 단상 형식으로 생각나는대로 끄적여 본다.

- 2, 3회차를 거치면서 유독 몰입해서 보게 되는 대목이 마코의 과거 씬. 아역의 연기에 감탄해 본 것도 오랜만인데, 박살난 도시에서 거대한 카이주를 피해 울며 도망치고 하는 장면을 보는 내내 맘 한구석이 울렁거릴 정도로 감정이입이 되었다. 아무래도 조카를 얻은 이후 '아이들'을 보며 느끼는 감흥이 예전과는 미묘하게 달라진 탓도 있지 싶은데, 눈 주위가 새빨갛게 돼 갖곤 눈물범벅이 된 표정으로 헉헉억억거리며 카이주를 향해 손 내미는 장면 같은 데선 정말 울컥 할 지경. (이 장면에 나왔던 카이주 이름이 '오니바바'라지 아마)

- 어색한 영어 연기, 뛰어난 아역 등에 밀려 상대적으로 매우 저평가를 받고 있는 기쿠치 린코에 대해서는 별 불만 없다. 요새 뭐가 됐든 한번 까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너나할것없이 합승하는 시류도 매우 못마땅하고(좀 다른 얘긴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파파라치샷 보고 쉐일린 우드리 까대던 수많은 말글들은 정말 질리다 못해 화가 나더라. 제발 거울 좀 봐라), 솔직히 외모에 대해서는 도에 넘게 비난받는다는 느낌마저 든다. 다만 배역과 배우의 괴리에 대해서는 나도 변호하기가 쉽지 않은 게,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이지만 원래 의도에 더 걸맞게 가려 했다면 더 어설퍼도 어린 배우가 나와야 하지 않았을까라는 점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세번 반복해서 보니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눈에 많이 들어오더라.

- 아울러 펜테코스트 대장님을 보면서 줄곧 <프린세스 메이커>가 생각나는 통에 키득키득. '오래전 옛날에 거인 예거를 타고 거대한 괴물들을 물리쳤던 역전의 용사가 은퇴한 뒤 한 어린 소녀의 보호자가 되어 애지중지 키우는 이야기' 아닌가. 그런데 나중에 수호신이 한소리 했을 것 같다. '용사여, 딸아이를 정말 반듯하게 잘 키웠구나. 근데 애한테 무슨 스트레스를 줬길래 저리 역변을 했단 말인가.'

- 주역 예거인 집시 데인저는 그 활약도 활약이지만 출격 장면이나 정비 장면 등 그림만으로도 그냥 아아 좋구나... 로 다가오는 대목들이 많아서 좋다. 솔직히 생긴 걸로 치면 그리 취향은 아닌데, 그저 우뚝 서 있는 것만 봐도 좋더라.

- 엘보 로케에에에에엣!!!!!

- 난 요새 영화 관객들이 참 말들을 쉽게 한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특히나 특수효과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특수효과와 CG를 나누어 생각하지도 못하는 무지에 대해서는 애저녁에 관심 끊었고 광학 합성의 시대도 아니건만 예산이 없어서 밤장면 위주로 간 것 같다는 단순한 상상력에는 피식 웃음만 나올 따름이지만, <퍼시픽 림>정도의 결과물을 놓고 앉아서도 발CG네 뭐네 하는 주둥이는 대자로 냅다 때려주고 싶을 정도. 이건 뭐 람보르기니 앞에서 왜 하늘은 못 나느냐고 생떼 쓸 기세네.

- 엔드 크레딧 보니 비주얼 이펙트 슈퍼바이저로 존 놀의 이름이 보여서 반가웠다. 하긴 이만한 덕질에 이정도 장인은 붙어 줘야지.

-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의 하일라이트로 평가하는 홍콩 전투 씬에 대해서는 굳이 찬사를 보탤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그 와중에 '당하는' 예거들을 상당히 인상깊게 보게 된다. 크림슨 타이푼의 조종석이 뜯겨나가는 대목에서는 리얼 전투머신의 파일럿들이 폭사하는 등의 장면과는 달리, 거대 로봇에 몸을 싣고 있으나 정서적인 면에서는 인간이 맨몸으로 괴수를 상대하다 제압당한다는 듯한 느낌이 강하달까. 그래서인지 카이주의 발톱이(엄밀히 말하면 오타치의 꼬리지만) 조종석을 파고들 때 함께 우그러들며 몸부림치는 조종사들의 모습이 꽤 눈에 밟혔다.

- 체르노 알파도 마찬가지. 이쪽은 다른 예거와 달리 조종사들이 얼굴에 바이저 같은 걸 쓰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때문인지 소리를 지르고 할 때 '표정'이 좀더 와닿는 느낌이 있다. 이 바이저 쓴 느낌이 한 8~90년대 일본 사이버펑크 애니메이션 같은 인상을 줘서 좀더 살갑게 느껴지는 지도 모르겠는데, 암튼 이쪽도 맨몸의 조종사들이 격침당하는 장면과 함께 육중한 체르노 알파가 말 그대로 '유린'당하는 그림이 꽤나 보는 사람 맘을 뒤흔든다. 앞뒤로 달라붙은 카이주가 마치 난공불락의 원자로처럼 보이는 본체를 뜯어발기고 저쪽에선 스트라이커 유레카가 달려오고... 아우, 이걸 보면서 느끼는 감흥을 어떻게 표현을 한단 말인가. 신난다 재미난다도 아니고 흥미진진하다도 아니고.

- 이러니저러니 해도, 기본적으로는 '마음에 든다' 쪽. 안 그러고서야 3회차 찍고 있을 이유가 없잖은가. 올 여름 시즌에 제일 마음에 들었던 건 <스타 트렉: 다크니스>였지만, 스타트렉 쪽이 재미와 완급의 묘로 날 매료시켰다면 <퍼시픽 림> 쪽은 그냥 이런 영화가 나왔다는 것 만으로도 머리가 아닌 오감이 반긴달까 하는 맛이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희대의 물건을 앞뒤 재 가며 머리로 따지는 건 내 영역이 아닌 것 같고, 그저 '즐길 수 있는 상황을 즐길' 따름이다. 보편적인 재미만 좀 있었으면 지금쯤 봐라 보세요 봅시다 악악악 거리고 있었을 텐데, 그게 부족하다는 게 못내 아쉽다. 아놔 이거 속편 나와야 한단 말입니다, 한 편으로 끝나면 안되지 말입니다 악악악악 으억억억억.
- 3회차는 21일 메가박스 신촌에서.

- 퍼시픽 림- 2013.7.11. 메가박스 목동 (M2)
by EST | 2013/07/22 00:14 | 영화관 2010 | 트랙백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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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울트라김군 at 2013/07/22 00:16
정말 모든 설정,모든 장면에서 만족하면서 본 영화입니다.
극장을 동일 영화때문에 3번이나 방문한 것도 처음이구요.

제게 있어선 당분간 이만큼 만족스러운 영화는 없을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에규데라즈 at 2013/07/22 00:26
헤어스타일은 마틸다... 화분만 나왔어도 젭라 ㅠㅡㅠ
Commented by 아돌군 at 2013/07/22 00:40
간만에 두번 본 영화입니다.

3D로 한번, IMAX 3D로 한번..
Commented by EST at 2013/07/22 00:46
울트라김군// 좀 쫀다고 해야 하나, 보는 사람들 쥐락펴락하는 맛만 더 있었어도 엄지손가락 두개에 발가락 두개까지 다 치켜세웠을 텐데, 그게 아쉬워요. 배우들 연기가 어쩌니 저쩌니 하는데 전 전~ 혀 불만 없었습니다.

에규데라즈// 호옹이! 펜테코스트 대장님은 레옹이었던 것이군요!

아돌군// 저도 아맥 삼디로 한번 더 보고 싶은데, 왕십리는 표가 없어서... ㅠ ㅠ
Commented by 나른한오후 at 2013/07/22 01:06
대사 한마디 제대로 안해도 귀여움이 폭발하는 마나양 덕분에 기대도 안했던 아빠미소도 한번 지어보고 왔지요 ㅋㅋㅋ
Commented by 地上光輝 at 2013/07/22 01:54
영화 보면서 정말 좋아서 웃음이 나오는 경우는 참 오랫만이었습니다.
Commented by 오오 at 2013/07/22 08:32
저도 한국에 살때는 한 영화를 여러번 보러가기도 했었지만 외국나온 이후에 동일 영화로 여러번 극장간 것은 이 영화가 처음이에요(관람료도 부담되고 해서).

이 영화는 일종의 (드리프트) '체험'이죠.

그 장면에서 스피드 만랩인 스트라이커 유레카가 전력질주하는 것도 참 멋지던데...
(아, 더 이상은 못봐주겠군! 하면서...그러나 늦었지만...)

양덕들아 힘을 좀 보여줘 봐...
그러다 마이클베이의 트랜스포머5나 볼래?
Commented by 포스21 at 2013/07/22 08:33
저도 2회차 갑니다. 같은 영화보러 극장 2번가기가 아마 평생처음인듯?
뭐 일반 2d랑 아이맥스라 차이가 크지만요.


근데 프린세스메이커 라... 그걸 생각 못했군요. ^^

솔직히 로봇 생긴 걸로 치면 ... 저같으면 슈로대에 나오는
발시오네 같은거? 가 취향이긴한데... 그건 좀 과한 생각이니...
Commented by 나이브스 at 2013/07/22 09:13
도쿄에 어린아이가 괴수에게 공격 받는데 가메라가 안나타나다니...
Commented by 사바욘의_단_울휀스 at 2013/07/22 12:46
후속편나옵니다 반드시
Commented by EST at 2013/07/22 15:40
나른한오후// 전 아빠미소보다도 안절부절 아빠모드였는데...^^

地上光輝// 아아, 그 상황 왠지 알 것 같습니다.

오오// 체험이라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그러니 두번째 체험을 위해... 양덕들아 힘을 좀 보여줘 봐 ㅠ ㅠ

포스21// 전 언제부터인가 한번 꽂히면 반복관람 모드라서... 쿨럭.
발시오네 실사판이라고 하면 아마 그대로는 힘들겠고 '에리알(아리엘)' 정도 선에서 타협 보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나이브스// 같은 시각 교토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야)

사바욘의_단_울휀스// 반드시!
Commented by 시네프린지 at 2013/07/26 01:52
흥행 수입 때문에 참... 일본과 중국에서 개봉하면 전 세계 수입을 합쳐 제작비 정도는 회수하겠지만, 과연 상층부에서 결정을 내려줄 지 불안하네요. 여하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습니다ㅠㅠㅠ
Commented by EST at 2013/07/26 10:22
시네프린지// 이 작품의 '흥행'과는 별개로 2차 판권 시장에선 확실한 반응이 보장될 거라는 가능성이 농후해서, 저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화끈하게 터져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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