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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 이즈 잇- 2009.11.2. 메가박스 신촌
'벌받을 소리인 줄은 알지만, 난 차라리 그가 세상을 떠나 그냥 전설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고 한 적이 있다. 요절해서 전설이 된 별들이 많이 있건만 정작 일찌감치 전설이 된 그는 가십란에 오르내리는 한낱 조롱거리로 전락한 것 같아 안타까와서 한 얘기였다. 당연히 그 이면에는 팝의 황제가 다시한번 화려하게 건재함을 과시할 큰 한방에 대한 기대가 깔려있었다. 하지만 입방정이라는 게 달리 입방정이 아니다. 막상 난데없는 그의 부고를 전해듣고 나서, 저딴 소릴 지껄였던 내 입이 잠깐이나마 원망스럽지 않았다면 새빨간 거짓말일 것이다. 그의 일생에 있어 아마도 화려한 마지막 쇼가 되었을 콘서트를 목전에 두고 들려온 그의 부고를 접하니, 역시 함부로 입을 놀릴 게 아니구나라는 후회와 미안함 그리고 고향별로 돌아간 그를 생각하며 느낀 '나도 이제 나이를 먹어가는가'라는 을씨년스러운 안타까움이 덤으로 딸려왔다. 그리고 내가 갖고 있는 음반이 달랑 <데인저러스> 하나뿐임을 깨닫고, 조의금을 내는 기분으로 지금껏 미뤄왔던 그의 음반들을 구입한 후, 내가 오래전에 반했던 그 맑은 목소리를 들으면서 추억과 안타까움을 동반한 묘한 행복감에 빠져들었다.

<디스 이즈 잇>은 마지막 콘서트를 준비하던 마이클 잭슨의 몇달간을 함께하며 그의 모습과 그의 목소리,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덤덤하게 잡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미 완성 단계에 도달한 화끈한 쇼를 들여다보는 일이기에 딱히 극적인 연출이나 극영화같은 완급 조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도입부부터 자신이 오디션에 참가한 것 만으로 이미 충분히 흥분되어 있음을 감추지 못하는 백댄서들의 모습마냥, 영화는 힘있게 흘러간다. 단순한 춤꾼이 아닌 훌륭한 음악가이자 엔터테이너인 그의 카리스마에 기인한 것이다. 팝의 황제가 리허설을 통해 음의 길이를 지적하고 안무를 조절하며 관객들에게 완벽하게 어필할 수 있는 멋진 쇼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함께하는 듯한 느낌에, 극영화와는 또다른 감으로 몰입할 수 있었다. 그의 리허설 독무대를 보며 무대 아래에서 환호하는 백댄서들. 그걸 보고 무대의 총 책임자인 올테가가 웃으며 던진 '마치 교회같군'이라는 말이 어찌보면 이 영화의 의미를 가장 함축적으로 드러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 또한 그 교회의 신도였다는 걸 부인하진 않겠다.

해외 토픽란을 통해서나 접하는 것 외엔 사실 이렇게까지 가까이서 그의 모습을 볼 일이 일찌기 없었음을 생각하면, 이미 자기 고향별로 돌아간 다음에야 이런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은 기묘한 아이러니다. 사실 말년의 그는 거의 박제된 스타에 다름없었으니까. 이 작품에선 리허설에 심취한 와중에도 본 공연을 위해 목을 보호하려고 한껏 내지르는 일을 삼가는 모습부터 원래 계획과 연습을 맞춰 가며 어느 소절을 빼고 넣을 것인지 직접 결정하는 모습, 그런 그와 함께 공연을 준비하며 열정적으로 움직이는 주변 인물들은 물론이고 간혹 '그가 다시 무대에 선다'는 감흥을 감추려 하지 않는 스탭의 모습 등을 만날 수 있다. 가녀린 목소리로 마치 노랫말같은 애매한 표현을 써 가며 음의 강약과 느낌을 주문하는 가운데서도, 함께 작업하는 동료들에게 행여 누가 되지 않을까 조심하는 듯한 모습은 마치 흠집이 나기 쉬운 섬세한 유리같은 인상인지라 왠지 짠한 기분이었다. 다소 쑥스러울 정도로 직접적이고도 노골적인 인류와 사랑에 대한 메시지는 그런 어린아이같은 감수성을 한층 돋보이게 하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하지만 이것저것 다 떠나서,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역시 미완으로 끝난 그의 마지막 공연을 체험하는 듯한 경험으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간접체험'을 영화(또는 영상물)의 본질 중 하나로 친다고 할 때, <디스 이즈 잇>은 그 본질에 매우 충실한 작품이다. 앞서 적은 준비 과정과 주변인물들의 생동감있는 목소리와 함께, 거대한 쇼의 중심에서 섬세한 카리스마로 모든 것을 장악하고 만들어가는 마이클 잭슨의 모습을 아주 가까이서 보는 듯한 느낌. 그리고 전성기 때 같진 않지만 50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는 그의 춤과, 레코딩과는 달리 실제 연주와 함께 흐르는 그의 건재한 미성을 생생하게 보고 들을 수 있다는 점 만으로도 이 작품은 큰 화면으로 만나볼 가치가 있다. 친숙한 노래가 나올 때면 나도 모르게 입으로나마 따라부르고 손가락을 퉁겨 가며 울고 웃었다. 전세계 2주 한정 상영. 평생 후회한다는 건 이런 기회를 놓친 사람들이 하는 얘기다.

- 엔드 크레딧이 모두 올라간 후 소박하지만 큰 쿠키가 하나 나온다. 대단하진 않지만, 그의 음악을 좋아하고 이 영화를 보며 코끝이 찡해옴을 느끼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한 의미를 부여할 만한 쿠키라고 생각한다.
by EST | 2009/11/03 23:24 | 영화관 2000 | 트랙백(1) | 핑백(1)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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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렉시즘 : ReXism at 2009/11/04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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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나이브스 at 2009/11/03 23:32
가쉽거리를 만든 것도 결국 팬...

전설을 만드는 것도 팬...

스타가 죽고 나서 돈을 챙기는 건 결국 기업...

씁쓸하죠
Commented by lukesky at 2009/11/03 23:53
흑, 같은 영화를 보고 왔는데도 역시 리뷰의 질이 틀리군요. ㅠ.ㅠ
말씀하신대로 그 간접경험이라는 것, 스스로 감격한 백댄서들과 참가자들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최대 장점인 영화였습니다. 저도 설마 보다가 눈물이 나올 줄은 정말 몰랐어요.
Commented by kenshiro at 2009/11/04 00:58
저도 지난 주말 보고 왔습니다. 일본답지 않게(?) 끝나고 나서 불이 켜지자 꽉 찬 객석에서 박수갈채가 일어나더군요. 저도 보고나서 한동안 방심상태였습니다.
엔딩 크레딧과 함께 흐르는 '디스 이즈 잇' 은 정말 코끝이 찡해지더군요...
...아, 안되겠습니다. 어서 디스 이즈 잇 앨범을 사야(...)
Commented by bricks at 2009/11/04 03:46
일본에서는 2주 늘려서 한달 채우기로 했습니다
Commented by EST at 2009/11/05 00:43
나이브스// 마이클 잭슨의 마지막은 난데없고도 안타까웠습니다만, 그 뒷이야기를 꼭 그렇게 생각할 필요만은 없을 것 같습니다. 여러 남겨진 사람들과 유지를 이어받은 사람들이 있고, 무엇보다 본문에도 썼듯이 다소 부끄러울 정도의 직설적인 메시지가 오히려 그의 사후에 한층 더 힘을 받을 거라는 생각도 들거든요.

lukesky// 질이라뇨, 제 글은 그냥 길기만 한 겁니다 ㅠ ㅠ
전 오히려 에피소드 1에 빗대신 루크스카이님 글이 한층 더 본질을 꿰뚫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렇게 확연히 보일 정도로 두근거리며 함께 기뻐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느끼는 아련한 느낌이, 단지 화면에 나오는 고인의 모습 때문만이 아니라는 이유를 전 미처 텍스트로는 못 잡아낸걸요.

kenshiro// 제가 본 극장은 매우 한산했습니다만,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더군요. 참 달콤하고도 아련한 한 편이었습니다. 과연 그가 살아서 마지막 공연을 성사시켰다면 과연 그 감흥은 어땠을까요.

bricks// 글 작성하고 나자마자 익스트림무비에서 뉴스를 읽었습니다. 전세계 2주 한정이라고 처음부터 홍보를 했었는데, 일본에서만 일정을 늘리는 게 가능한 일인지 궁금하더라구요. 그만큼 호응이 있다는 반증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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