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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잡상: 091030
- <애플시드> 해적판 3권에서 본 대사였던 것 같은데, '결과로 수단을 정당화하는 건 테러리스트들의 논리'라는 말이 참 오랫동안 기억에 남습니다. 논리적으로나 학문적으로 정확한 근거를 댈 자신은 없습니다만, 전 민주주의는 결과 뿐만이 아니라 결과까지 가는 과정에도 적잖은 의미를 두고 있으며, 그런 경험과 그 사후처리 등도 소중한 경험과 재산으로 남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제는 참 씁쓸한 날이었습니다. 절차에 문제는 있었던 건 인정하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는 뒤집지 않겠다는 해괴한 논리. 법이라는 게 워낙 어렵고도 오묘한 것이라 제 깜냥으로 왈가왈부하는 게 우습긴 하겠으나, 뭐 그래봐야 세상의 상식이라는 걸 뒤집을 만큼은 아니잖겠어요? 맨 앞에 언급한 만화 대사에 비추어 보자면, 헌재는 어제 테러리스트들의 손을 들어준 셈입니다. '미인 배우와 혼인신고를 해야겠다. 혼인신고는 불법이지만 혼인 자체는 성립될테니'라든지, '도둑질을 일단 저지르고 보면 도둑질은 범법행위지만 장물은 남는거냐'같은 조롱조의 덧글이 줄을 잇는 건 당연한 일이죠.

비슷한 맥락에서 소위 말하는 '불도저식'이라는 수식어도 매우 싫어합니다. 물론 어떤 일을 놓고 하염없이 탁상공론만 주고받으며 공염불만 읇고 있어서는 답이 나오지 않기에 강한 추진력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이 '닥치고 내가 하자는 대로 해라, 나중에 고맙다는 소리나 하지 말고'라는 식이 돼선 곤란하고요. 분명히 이런 과감함이 추진력이 되었던 시절이 있었지만, 그게 먹혔다고 해서 천년만년 계속 진리라고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막연하게 과거를 그리워만 하는 사람들을 대하는 일은 참 어렵습니다. 주 5일 근무도, 쓸데없이 많은 공휴일도, 노동쟁의나 파업도 전부 망조라고 여기는 생각이 사회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면, 우린 그냥 하루 온종일 일하고 주말에도 일하고 야근도 죽어라 하며 더이상 일할 수 없을때까지 불평조차 하지 않으며 열심히 쟁기질만 하다가, 몸도 마음도 죄다 사그라든 뒤에나 노후를 즐기(?)는 인생이야말로 성실하고 훌륭한 삶이라 여기게 될 지도 모르지요. 아 또 말이 산으로 간다;

- 돈의문(서대문) 복원 뉴스를 처음에 보고 그냥 복원하나보다 하고 있다가, 자세히 읽어보곤 머리가 좀 아파졌습니다. 사실은 식겁을 했다는 표현이 맞겠지만. 개요를 보니 삼십수년동안 '시내'로 나갔던 거의 유일한 루트 하나가 통째로 사라져 버리는 셈인데, 교통량이 상당한 지역인데도 의외로 별 이야기들이 없는 것 같아서 제가 오해를 하고 있는 건 아닌가 판단이 잘 서지 않을 정도입니다. 이건 나중에 따로 포스팅 예정.

- 최근 한 2주정도 이런저런 일들이 있어서 머리가 좀 아팠습니다. 전에 겪어보지 못했던 일들도 있었고 결정적으로 머리 하나로 이것저것 짜맞추며 생각하기에 좀 버겁기도 했구요. 블로그는 당연히 준 방치 상태에, 낮밤은 뒤죽박죽. 하나둘씩 실타래 풀듯이 정리를 시작해서 간신히 정신 차릴 정도까진 됐는데, 그 여파인지 여전히 머리는 혼미하군요. 아우 졸려라. 내가 조심해도 남이 실수하면 골치아프게 꼬일 수도 있다는 걸 새삼 느끼는 요즘입니다.

- 그 와중에 WAZ의 취미모형 프로젝트에 출품할 요량으로 짬짬이 이것저것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실은 일정상 한번 연기된 마감일이 오늘이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오늘 내로 완성한 다음에 사진까지 찍어 등록하는 건 무리일 것 같군요.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난 목요일에는 끝나 있어야 하는 게 이래저래 꼬여서 결국 이렇게 됐습니다.
일전에 올렸던 메탈아머 게바이(왼쪽)와 플루크 아머 슈왈그인데, 게바이는 전부 험브롤 에나멜 붓채색 위에 장난 좀 쳤고 슈왈그는 락카 밑색에 에나멜로 부분채색한 다음 먹선 조금 넣어준 정도. 꼬인 일정만큼이나 작업도 중구난방으로 해서 동시진행을 했음에도 느낌은 완전히 딴판입니다.
요건 밑색 입힌 다음 상태의 게바이. 머리가 좀 아플 때마다 구판 키트 하나씩 꺼내서 가조립을 하기도 한지라 얼기설기 모양만 갖춘 녀석들이 여럿 책상 한쪽에 서 있는데, 새삼 느끼는 거지만 구판이라는 놈들은 역시 손재주 딸리는 사람이 쉽게 손댈 물건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소성이라든가 풋풋한 옛날 손맛은 만만찮은 유혹이지요. 게바이 뒤편으로 몇몇 녀석들이 뿌옇게 보이는데, 혹시 뭔지 다 알아맞추실 분이 있을런지...(다 맞추셔도 상품은 없어요 흐;)
by EST | 2009/10/30 11:27 | 오늘의 잡상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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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나르사스 at 2009/10/30 11:48
...굉장하시네요...

저는 '법리는 맞지만 절차가 맞지 않으니 무효'를 기대했는데 ...참 한국도 재미있는 나라입니다.
Commented by 푸른마음 at 2009/10/30 12:05
헌재식의 이론대로라면 선거에서 불법을 저질러도 당선 자체는 인정된다라는 말과 다를 바가 하나도 없지요. 무슨 60년대를 보는듯한 기분입니다.
Commented by 天照帝 at 2009/10/30 13:02
딴 건 몰라도 구프는 MG 2.0 아닌가요;
(색이랑 어깨 각도가)
Commented by marlowe at 2009/10/30 13:47
헌재의 판결을 볼 때마다 이해가 안가는 게 '이런 부분은 이렇지만, 저런 부분은 저러니까, 결론은 ...'라는 식으로 두루뭉실 넘어가는 판결이 많다는 겁니다. 여러 명이 모여있다 보니 그럴수도 있겠다 싶지만, 저처럼 법을 잘 모르는 대다수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게 정리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돈의문 복원은 한 명이라도 세종시로 내려보내려는 2mb의 심모원려가 아닌가 싶네요.
(이건 농담입니다.)
Commented by gonbro at 2009/10/31 02:46
홋~머찜돠~무광의 정도를 봐선 험브롤 포스가...
Commented by 배길수 at 2009/11/01 18:21
1. 그런 의미에서 '컴도저'는 '최틀러' 다음으로 유치한 별명이라고 봅니다. 진짜 끔찍한 건 이거 다 자기 입으로 자랑스럽게 밝힌 자기 별명(...)

2. 강간은 했지만 애는 낳았으니 무죄다 (대한민국!)
Commented by EST at 2009/11/01 22:45
나르사스// ...굉장하시네요... <- 앗, 어느쪽인지 쓰신 의중을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요즘 우리나라가 처해있는 상황이 아주 극명하게 드러난 것 같아 씁쓸합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건데, 문제는 누구나 서울 가고 싶어 안달이 난 게 아니라는 거...

푸른마음// 순식간에 제가 태어나기 이전으로 되돌아간 셈이군요 ㅠ ㅠ

天照帝// 아, 구프는 HGUC입니다. 워낙 부옇게 나온지라...^^;;; 옆에 있는 놈들은 구프 앞에 있는 작은 게 1/144 건이지, 옆의 빨간 것이 구판 1/144 다인, 그리고 다인 앞에 있는 우중충한 것이 아리이 제 1/100 데스트로이드 스파르탄이예요.

marlowe// 네, 늘 그래왔지요. 사실 입법부의 고유 권한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국회에서 결정난 것을 헌재에서 쉽게 뒤집어선 곤란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합니다만, 입법부가 파행으로 치달아 멋대로 땅땅 결정내린 걸 견제하는 측면도 있을텐데 말입니다.

돈의문 복원은, 사실 돈의문 복원보다도 4대문을 잇는 성벽쌓기가 주안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버스로 둘러칠 거, 아예 돌로 쌓아놓으려는 게 아닐까요? 물론 대단히 유치한 상상입니다만, 문제는 이딴 상상이 때론 정말 진지한 두려움으로 다가온다는 겁니다. 아 정말 ㅠ ㅠ

gonbro// 빙고! 근데 멋지진 않은 듯 ㅠ ㅠ 1/20 피겨를 그리 칠하는 양반이 지금 놀리시나...

배길수// 1. 컴도저는 유치뽕짝, 최틀러는 끔찍한 별명이라고 생각했어요. 그걸 자랑이라고 밖에 떠드는 뽄새라니...

2. 전 남자라 왠지 두려워서 차마 이런 비유는 못하겠습니다 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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