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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트렉: 더 비기닝- 2009.4.23.메가박스 코엑스
<슈퍼맨 리턴즈>와 <스타 트렉: 더 비기닝>은 내게 비슷한 종류의 감흥으로 다가오는데, 오랫동안 보아왔고 좋아하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실시간으로 극장에서 만날 기회를 놓친 작품의 '신작'을 드디어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는 두근거림을 전해주었다는 점 때문이다. 다만 시작부터 익숙한 테마를 장중하게 터뜨리며 '이건 네가 알고 있는 그 작품의 적통이다'를 과시하는 <슈퍼맨 리턴즈>와 달리 영화의 마지막에 가서야 귀에 익은 테마를 섞어 가며 들려준 <스타 트렉: 더 비기닝>은 '이건 네가 알고 있는 그 작품이다. 그렇지만 아니기도 하다'라고 말하는 듯 하다. 어떤 의미에선 영화를 채 보기도 전에 메가톤급의 미리니름을 접한 것인지도 모르는데, 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은 이 횡설수설은 사실 <스타 트렉>의 세계관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한마디로, 일종의 프리퀄이 아닐까 싶었던 당초의 예상과는 다르지만 프리퀄로 받아들이고 싶은 사람에겐 프리퀄이 될 수도 있는 기막힌 한 수였달까. 해서 <스타 트렉: 더 비기닝>은, 소위 트레키들은 트레키들대로, 나처럼 어중간하게 이것저것 주워섬긴 사람들은 또 그대로, 이 세계관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은 또 그 나름대로 제각각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작품이 되었다.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 따로 공부를 해야 하는 요상한 모순을 가진 매니아성 작품이 적지 않은 요즘 같은 때에, 기대치와 지식이 제각각인 사람들이 저마다 제 나름대로 재미를 느낄 만한 작품을 내놓았다는 데서 적잖이 감탄했다.

하지만 굳이 이런 딱딱한 감상으로 다가갈 필요조차 없을 만큼, <스타 트렉: 더 비기닝>은 그 자체로 굉장히 짜릿한 경험이었다. 수십년에 걸쳐 만들어진 세계관을 수용하고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다각도로 열어놓았다는 점에서도 즐거운 만남이 되었지만, 두시간여를 전혀 지루하지 않게 해주는 흡인력있는 연출과 주요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잘 맞물리며 주거니 받거니 짜여진 서로의 관계는 물론이고 쉴새없이 펼쳐지는 시각효과의 향연만으로도 올 여름 블록버스터의 만족스러운 시작으로 손색이 없다. 극장판 첫번째 작품으로부터 시작된 제리 골드스미스의 메인 테마와 오리지널 TV판의 메인 테마가 적절히 어우러지는 가운데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나레이션이 흘러나올 때는 가슴이 다 찡해 올 정도.

다음번에는 화질 좋은 상영관 가운데 앞쪽에 틀어박혀 엔터프라이즈호의 거대함을 온몸으로 느껴 가며 감상하고픈 마음이다. 낮 시간까지 미처 모르고 있었는데, 코엑스 전관을 동원한 큰 규모의 시사회 행사였다는 것도 꽤 흥분되는 일이었다. 모르긴해도 아마 알게모르게 지인들도 같은 장소에 있었을 거라 생각하니 미리 알았다면 좀더 축제에 가는 듯한 기분으로 갈 수 있었을텐데 싶어 그게 살짝 아쉽긴 하지만, 이런 즐거운 자리에 초대받을 수 있었던 것이 기쁘다. 가슴뛰는 자리에 초대해 주신 익스트림무비에 감사드린다. 이것저것 잡스럽게 늘어놓을 이야기들이 꽤 많은 작품이었지만 그건 일단 뒤로 미뤄둔다.

- 여담이지만 정식 개봉 전에 이루어진 대규모의 시사회였던지라 보안에도 꽤 신경을 쓰는 분위기였다. 덕분에 요런 기념품(?)도 하나 생겼다고 해야 하나.
by EST_ | 2009/04/24 02:00 | 영화관 2000 | 트랙백(5) | 핑백(2)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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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kenshiro at 2009/04/24 02:31
오오오...마침 오늘 찌라시를 집어왔습니다만...
이동네에선 시사회 이벤트 같은 건 할 리도 없고요...;ㅁ;
Commented by 나이브스 at 2009/04/24 09:43
극장에서 얼굴을 뵙는데

인사는 못드렸네요

전 선착순 8시에 봤습니다.

정말 에이브람스가 사람을 안낚는 진풍경을 보고 말았습니다.
Commented by lukesky at 2009/04/24 10:57
오, 안그래도 방금 시사회 갔다 온 친구가 예상치 못하게 정말 재미있었다고 칭찬했는데, 얘도 찍어둬야할까봐요.
Commented by 마이니오 at 2009/04/24 19:41
트레키로서 봣는데
원작의존중보단 원작을 까부수는게 많았습니다(...)
존중은 기존대사들과 인물뿐 설정과 스토리는 아에 기존스타트렉과 JJ의 스타트렉을 분리해야될정도로 심각했습니다
Commented by Loomis at 2009/04/25 03:29
극장에 익스트림 무비 접수처가 있길래 혹시 오셨을까 했습니다. 저도 너무나 즐겁게 본 작품입니다. 올 여름은 시작이 좋은 것 같네요.
Commented by animania83 at 2009/04/26 16:12
<스타트렉>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봐도 재밌을까요? 그러니까 영화적 재미가 아니라(그건 취향 나름이므로) 스토리에 있어서 말입니다.
Commented by EST_ at 2009/04/26 23:08
kenshiro// 이정도의 대규모 시사회는 쉽게 두가지로 해석이 가능한데... 먼저 <스타 트렉>에 파라마운트가 굉장한 자신감을 갖고 통 크게 밀어붙이려고 한다는 의도, 그리고 <스타 트렉>이기때문에 우리나라에서의 빈약한 기반을 감안할 때 어쩔 수 없이 이정도로 밀어붙여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의 산물이겠지요. 영화 자체는 굉장히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사실 요즘 SF가 범람한다곤 하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우주를 배경으로 우주선들이 마음껏 날아다니는 영화는 별로 없기도 하고요.

나이브스// 앗, 저 보셨습니까? 제가 원래 이렇게 어수선한 분위기가 되면 시야가 좁아져서... 나중에 영화 보고 집에 들어와서야 '아차 이거 스타트렉이었지. 이정도 규모라면 분명히 어딘가 아는 분들이 계셨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죠;;;

lukesky// 음, 전 굉장히 재미있게 보았고 이런 영화를 즐기시는 분이라면 누구나 환영할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영화를 보는 시선이야 각양각색이니까요. 그런데 왠지 조만간 커크X스팍 동인지 나올 것 같아요 허허허;;;

마이니오// 트레키라고 말씀하시니 제가 위에 언급한 내용들이 좀 적절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민감한 설정을 건드린 부분들이 많았다곤 하지만 기본적으로 <스타 트렉>의 세계관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 다시 덧씌우고 교묘하게 비틀면서 앞으로 전혀 다른 프랜차이즈를 시작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고 생각해서 매니아 팬들도 반가워하지 않을까 생각했더랬습니다.

Loomis// Loomis님도 시사회 오셨군요. 저 굉장히 즐겁게 봤습니다. 추후 개봉할 영화들에 밀려 내려가기 전에 서둘러 한번 더 봐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고요. 블로그에 쓰신 '여름의 의미'에 전적으로 공감하면서 저도 왠지 올 여름은 시작이 좋다라는 느낌입니다. :-)

animania83// 스토리보다는 여러모로 눈이 즐거운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스토리에 있어서는 위에 마이니오님이 쓰신 것 처럼 원작을 까부수는 게 많았을지 모르겠습니다만, 기본적으로는 방대한 ST의 세계관 위에 새로이 짓는 집이나 마찬가지인지라 아무래도 약간이라도 배경 지식이 있다면 훨씬 재미있게 볼 수 있을 테고요.
Commented by 벨제뷔트 at 2009/05/10 23:18
저는 니모이 옹이 카메오로 살짝 나오는 줄로만 알았는데, 의외로 비
중이 커서 놀랐습니다... 그 가슴떨리는 마지막 나레이션도 읊으시고.
Commented by EST_ at 2009/05/10 23:53
벨제뷔트// 저도 예고편 보고 그런 정도로 생각했다가 의외로 비중이 커서 놀랐답니다. 마지막 나레이션을 그분 목소리로 들으니 그것도 나름 감회가 새롭더군요. 전 사실 커크보다도 피카드 목소리가 익숙한 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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