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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눈물을 펑펑 흘리거나 목놓아 꺼이꺼이 우는 일이라곤 아예 없어지다시피 한 사람이지만, <그랜 토리노>의 마지막 장면이 지나고 그 위로 흘러가기 시작하는 엔드 크레딧과 함께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목소리가 투박하게 울려퍼질때는 눈시울이 살짝 뜨거워지는 걸 결국 참을 수 없었다. 세상에 대한 매정함이나 평소의 뻔뻔함은 잠깐 잊은 채 화장실에 가서 토끼마냥 빨갛게 된 눈을 씻으며 빌어먹을 영감쟁이 사람을 이렇게 울리나그래 하고 혼자 중얼거렸다. 주변에 대한 불만의 눈빛을 감추지 않은 채 사방을 향해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리는 꼬장꼬장 미국 영감님이 이웃에 사는 중국계 소년소녀와 교감을 나누는 이야기에 왜 생판 아무 상관 없을 것 같은 내가 울고 웃고 하는지 잘 설명할 자신은 없지만, 설령 이유는 자세히 모르겠다 쳐도 미국이니 중국이니 이탈리아니 폴란드니를 떠나서 사람 사는 모습과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장의 손길로 만들어진 영화라서가 아닐까 싶다. <그랜 토리노>를 위대한 영화라고 할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내가 애정을 담뿍 담아 오래오래 가슴에 묻어둘 영화임엔 틀림없다. 원래 말 많고 글 길게 쓰는 나지만 이런 영화의 감상을 쓰는 것이 참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마음으로 다가온 느낌을 굳이 서투른 말 몇마디로 표현해서 그 맛을 확 죽여버릴까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랜 토리노>는 말없이 내 손을 꼭 쥐어오는 것 만으로 수백마디 말보다 더 큰 느낌을 안겨주는 주름투성이의 나이든 손 같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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