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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 토리노: 2009.3.20- 롯데시네마 홍대입구
언제부터인가 눈물을 펑펑 흘리거나 목놓아 꺼이꺼이 우는 일이라곤 아예 없어지다시피 한 사람이지만, <그랜 토리노>의 마지막 장면이 지나고 그 위로 흘러가기 시작하는 엔드 크레딧과 함께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목소리가 투박하게 울려퍼질때는 눈시울이 살짝 뜨거워지는 걸 결국 참을 수 없었다. 세상에 대한 매정함이나 평소의 뻔뻔함은 잠깐 잊은 채 화장실에 가서 토끼마냥 빨갛게 된 눈을 씻으며 빌어먹을 영감쟁이 사람을 이렇게 울리나그래 하고 혼자 중얼거렸다. 주변에 대한 불만의 눈빛을 감추지 않은 채 사방을 향해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리는 꼬장꼬장 미국 영감님이 이웃에 사는 중국계 소년소녀와 교감을 나누는 이야기에 왜 생판 아무 상관 없을 것 같은 내가 울고 웃고 하는지 잘 설명할 자신은 없지만, 설령 이유는 자세히 모르겠다 쳐도 미국이니 중국이니 이탈리아니 폴란드니를 떠나서 사람 사는 모습과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장의 손길로 만들어진 영화라서가 아닐까 싶다. <그랜 토리노>를 위대한 영화라고 할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내가 애정을 담뿍 담아 오래오래 가슴에 묻어둘 영화임엔 틀림없다. 원래 말 많고 글 길게 쓰는 나지만 이런 영화의 감상을 쓰는 것이 참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마음으로 다가온 느낌을 굳이 서투른 말 몇마디로 표현해서 그 맛을 확 죽여버릴까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랜 토리노>는 말없이 내 손을 꼭 쥐어오는 것 만으로 수백마디 말보다 더 큰 느낌을 안겨주는 주름투성이의 나이든 손 같은 영화다.
by EST_ | 2009/03/23 22:10 | 영화관 2000 | 트랙백(1) | 핑백(1)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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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Dark Side of.. at 2009/06/10 06:06

제목 : 그의 자서전, 그랜 토리노
가급적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지 않고자 하는 방침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꾸준히 찾아주는 이는 좋든 싫든 대체로 눈치챘겠지만, 까놓고 말하건데 난 보편적인 의미에서 보수주의자다. 쿠궁~ 영화의 소재와 대사에 빗대어 말하자면 나는 멀쩡한 차의 지붕을 뜯는 것도 싫고, 유치찬란한 무늬를 그려넣는 것도 싫으며, 요란한 날개나 조명을 붙이는 건 더더욱 싫다. 나는 -그래봤자 나이 얼마나 먹었다고- 마냥 새로운 것보다는 오래된 것들에 관심이 많......more

Linked at EST's nEST : [전단.. at 2009/07/20 12:56

... ... more

Commented by Loomis at 2009/03/23 22:13
영화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습니다만(일부러 차단 중) 말씀만 들어도 가슴이 뭉클해지는군요. 저도 어서 봐야겠습니다.

그런데 입장권 모양이 참 재미있습니다. 같은 세로정렬인데 CGV의 그 '영수증'은 생각만 해도 참...
Commented by 오리지날U at 2009/03/23 22:31
CGV는 양반입니다 -_- 프리머스 함 가보십쇼.. 기가 찹니다..;
Commented by 시대유감 at 2009/03/23 22:13
전 마지막에 영감님이 "I have a fire." 하실때 정말 움찔했습니다.
하지만 제 예상은 영락없이 빗나가고, 슬픈 결말만 남더군요..
Commented at 2009/03/23 22:1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lukesky at 2009/03/23 22:24
마지막에 걸걸한 목소리가 흘러나올 때 정말 압권이죠. 제가 간 빌어먹을 극장에서는 그 노래가 나오기 시작하자마자 불을 켰습니다. -_-;;;

정말이지 오래오래 사시고 좀 더 많은 영화를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ㅠ.ㅠ
Commented by 오리지날U at 2009/03/23 22:30
-이런 영화의 감상을 쓰는 것이 참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마음으로 다가온 느낌을 굳이 서투른 말 몇마디로 표현해서
그 맛을 확 죽여버릴까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 그죠 그죠?? 아~ 제가 딱 이래요 ㅜㅜ

(사실 이 얘기는 딴 영화에서 한 거지만 뭐 어쨌든요ㅋ)
Commented by EST_ at 2009/03/24 10:55
Loomis// 가슴에 오랫동안 간직할 만한 묵직한 감동이 있는 영화였습니다. 차가운 머리로 생각해보면 참 미국적인 이야기(그래서 미국만세다 마초다 하는 평들도 적잖게 있는 것 같습니다만)이기도 한데, 결국은 나라를 떠나서 사람사는 이야기라는 점이 마음에 와 닿은 게 아닐까 해요. 연기자가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는 점이 공감을 몇배로 끌어올리는 면도 있습니다.

Loomis,오리지날U// 저 세로 입장권은 무인발권기에서 뽑은 건데, 상영관 입구쪽의 예매 전용창구인가 하는데서 교환을 하면 그 '영수증'이 나옵니다. 저도 예전에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볼때 한번 당했죠. 그 영수증도 가끔 걸리면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갈만도 한데, 문제는 감열지라 일정시간이 지나면 인쇄(?)면이 확 날아가서 보존도 어렵습니다 ㅠ ㅠ

시대유감// 저도 <용서받지 못한 자>가 되는 게 아닌가 순간 생각했는데, 정말 슬펐어요. 영감님 연세랑 연륜이 함께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비공개// 감사합니다. 블로그 초기부터 방문해 주셨기 때문에 하실 수 있는 말씀인 것 같아 저도 반갑군요. 요즘은 할 말이 많은 영화들에 대해선 선뜻 글을 쓰기가 쉽지 않아서 미뤄놓은 것들이 제법 됩니다만, 열심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lukesky// 맞아요, 걸걸한 목소리. 그 표현이 생각이 안 나서! 아우 그 목소리 진짜 직격탄이었습니다. 동림옹 정말 오래오래 건강히 사시면서 좋은 영화 많이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어요.

MTV 무비 어워드에서 상 받고 나서 수상소감 찍은 동영상을 봤는데 그것도 아주 죽겠던데요 ㅠ ㅠ

오리지날U// 전 예전엔 참 쉽게 글을 썼는데 요즘은 영화감상 적기가 갈수록 힘들어집니다. 어떤 영화들은 길게 글을 써 놓고도 '이게 뭐람? 내가 느낀 것의 10%도 표현하지 못하고 있잖아;'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서...

Commented by 렉스 at 2009/03/24 23:28
이젠 이 분은 손짓만 해도 숨만 쉬어도 어떤 경지의 수준이에요. 아.
이발소 장면만 하더라도 어떻게 그 장소에서 긴장감과 흐뭇함을 동시에 심어놓는건지 놀라울 뿐입니다.
Commented by EST_ at 2009/03/26 16:46
렉스// 전 시작하자마자 장례식장의 그 불만스러운 표정을 보면서 저 노인네 언제 폭발하나 불안불안해서 혼났습니다. 이발소 장면은 저도 좋았어요. 독설이 이토록 즐거울 수 있다니!
Commented by 세바스찬 at 2009/03/29 23:42
밀덕을 위한 나라는 없다더니...
전 보고서도 M1소총하고 콜트 45하고 제1기병사단 출신이란점에 눈을 번뜩였었죠;; 아우 이 밀덕기질이란;; (덕후냄새!)

일단 그런걸 다 제쳐두고서 보자면 감동의 도가니탕이었습니다.
(조~금 미국식의 감동이었었지만...)
그래도 꼬장꼬장한 할아버지 연기는 우리네 어르신들도 좀 생각나게 하더라구요.
좋은 영화였습니다. ^_^
Commented by EST_ at 2009/03/31 17:21
세바스찬// 으음... 그쪽으론 또 생각지도 못한 터라;
꼬장꼬장한 어르신들 말씀은 저도 공감이 갑니다. 영화 시작부터 그 불만에 가득 차 못마땅한 표정이라니, 저양반 저러다 언제 터지나 처음부터 불안했었지요 흐흐. 제게도 좋은 영화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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