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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회 CJ 그림책 축제: 090131
지난 1월 21일부터 광화문 성곡미술관에서 시작된 제 1회 CJ 그림책 축제에 다녀왔습니다. 행사 기획과 진행에 평소 인연이 있는 상출판사(상그라픽아트)가 관여하기도 했고, 자주 가보진 못했지만 그림책과 관련해서는 좋은 전시를 적잖이 열었던 성곡미술관인지라 이래저래 관심이 있었던 참입니다. 때마침 날씨가 좀 풀려 춥지도 않았고 하늘도 화창한 날이라 오랜만의 미술관 나들이엔 더할나위없이 좋은 날이었어요. 이번 행사는 응모를 통해 심사위원들이 선정한 국내외 그림책 100선과 50인 작가의 작품 전시, 그리고 초청작가전과 여러가지 행사 및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본관으로 들어가면 CJ그림책상에 선정된 100권의 그림책들이 관람객을 맞이합니다. 더도 덜도 말고 그림책들이 놓여있고 장소도 아주 넓진 않기 때문에 처음엔 '어라?'싶은 느낌도 없진 않습니다만 어디까지나 행사의 일부일 뿐이거니와, 오히려 갖가지 그림책들을 조금씩 들여다보다 보면 은근히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어지는 내용(클릭)

카메라에 담은 것들이 지극히 주관적이면서도 즉흥적인지라 따로 소개하긴 좀 무엇한데, 일단 CJ그림책상 신간그림책 부문 선정 100권의 면면은 이쪽 리스트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플래시를 터뜨리지 않는 한도 내에서 어느정도 사진촬영도 가능합니다. 왼쪽 하단의 책은 충치랄까, 치아를 망가뜨리는 세균들을 작은 괴물들처럼 그린 책인데 그런 시도는 일견 전형적으로 느껴질 법도 합니다만 그림과 구성이 상당히 재미있어서 눈길이 갑니다.
장식적이면서도 절제된 그라픽 요소들이 주를 이룬다고 나름대로 느낌을 받은 책들. 이란 일러스트레이터 Rashin Kheyrieh의 < The Young Man and the Shifty Tailor>라는 책(상단 왼쪽)과 인도의 일러스트레이터 Ram Urveti의 < The Night Life of Trees>라는 책(중간 오른쪽)은 표지만 봐도 참 탐이 나더군요.
무심코 펼쳐든 한 컷이 인상적이었던 책. 오스트레일리아의 Beatriz Martin Vidal의 < Secrets>라는 책입니다.
캐나다의 < Colors!>라는 책과 일본의 <くろいライオン(검은 사자)>라는 책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한태희 작가의 <휘리리후 휘리리후>라는 책은 부제처럼 '바로 보고 거꾸로 보는' 구성이 아주 재미있습니다. 그림책상상 5호에 인터뷰와 함께 작품이 실린 권윤덕 작가의 <일과 도구>도 묘한 분위기에 눈길이 갑니다.
전시 특성상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들이 많은지라 사람이 많이 몰리면 느긋하게 책들을 펼쳐보기에 좀 난감할 것 같습니다만, 사람이 좀 뜸할 만한 시간을 잘 맞춰 가면 시간가는 줄 모르게 살펴볼만한 책들이 많습니다. 책 욕심 많은 사람들한텐 좀 무서운 곳이 될 수도 있고...
반대편 전시관으로 가면 CJ그림책상 일러스트레이션 부문에 선정된 일러스트레이터 50명의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이쪽은 그림책 전시관보다는 상대적으로 사람이 적어서 좀더 한가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세세한 질감까지 확실히 접할 수 있는 원화의 느낌도 좋고, 어떤 그림들은 실제 결과물이 생각보다 굉장히 작아서 '이걸 출판하려면 그림을 키워야 했을텐데 밀도 면에서 괜찮았을까'싶은 것들도 있고, 어떤 그림들은 최종결과물은 컴퓨터 작업인데 수작업 특유의 느낌을 깎아먹지 않는 등 흥미로운 면면으로 가득합니다.
정원을 지나 별관으로 향하면, 이번 행사의 초청작가로 선정된 데이빗 위즈너의 특별전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원래 작품만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위즈너 본인을 직접 초청할 계획이었다는데, 아쉽게도 무산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정정: 다녀갔답니다. 싸인회도 했답니다 어흐흐흑) 1층 전시관은 민들레 홀씨가 천정으로 날아오르는 듯한 디스플레이로 장식되었는데 아주 인상적입니다. 다만 흥미로운 디스플레이와는 별개로 저 민들레 줄기가 몇몇 전시물을 보는데 다소간 방해가 된다는 점이 좀 아쉬웠어요.
예전에 구입하려다 단골 서점에서 품절이 되어 아직 못 구한 <세 마리 돼지>입니다. 어떤 책이든 얼마나 인쇄를 잘 했든 원화를 보는 느낌은 사뭇 다르기 마련인데, 밀도가 높은 데이빗 위즈너 특유의 그림을 실제로 보니 여러모로 참 즐겁네요. 한쪽에는 그림책 구성을 위해 그렸을 거라 생각되는 콘티 같은 것들이 걸려있는데, 레이아웃이라곤 해도 꽤 완성도가 높습니다.
2층 전시관에 가면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이상한 화요일>을 모티브로 한 거대한 입체물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명색이 '페스티벌'이다보니 관람객들이 그 앞에서 사진을 찍고 몸소 그림책의 내용과 함께 추억을 남기게끔 배려한 기획이겠지요.
칼데콧 상 수상작인 <이상한 화요일>과 <시간 상자>는 물론이고 <허리케인>,<1999년 6월 29일>등 책으로만 볼 수 있었던 그의 원화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한쪽 벽면은 <자유 낙하>에 할애해서 작품 특유의 맛을 보여주고 있는데, 주인공 소년이 꾸는 꿈의 흐름을 그린 이 책은 책 전체의 그림이 이어지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림책 전체를 옆으로 쭉 이어붙여 보여주면서 중간중간 원화를 전시하고, 바로 아래에는 책의 레이아웃 구성을 위한 러프 선화도 함께 전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보면 정말 대단하지요.
3층에 올라가면 <구름 공항>을 모티브로 한 듯한 갖가지 구름 형상의 조형물이 자리잡은 가운데, 한쪽 벽면을 통해 <이상한 화요일>의 애니메이션을 상영하고 있습니다. 영상화가 된 것은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예상 외로 작가의 그림을 잘 구현하고 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IMDB의 작품 소개에서 이 작품의 면면을 볼 수 있는데, 엔드 크레딧을 보니 폴 매카트니의 이름이 눈에 들어옵니다. 음악 뿐만이 아니라 executive producer도 맡은 걸 보니 아무래도 제작 자체에 상당히 깊이 관여한 것 같구요.
큰 계획만 잡고 갔던지라 다소 치밀하게 관람하지 못하고 함께 보려던 볼로냐 그림책 원화전을 놓친 건 아쉬웠지만, 오랜만의 미술관 나들이를 통한 즐거움은 손색이 없는 전시회였습니다. 아이들이 몰릴 공산이 크고 가끔 보호자들 중에 볼륨조절장치가 고장난 사람들이 있어서 좀 부담스럽긴 했지만, 전시 특성을 생각하면 그런걸 전혀 배제할 수는 없을테니 언제 월차라도 내서 평일 즈음에 책과 그림에 코를 박고 느긋하게 볼 수 있다면 그 즐거움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CJ 그림책 축제는 3월 1일까지 계속됩니다.
by EST_ | 2009/02/03 23:04 | 여행/산책/관람기 | 트랙백(1) | 핑백(1) | 덧글(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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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Trivia at 2009/03/23 03:13

제목 : 제1회 CJ 그림책 축제 (2009.01.21 ~ ..
이 분 뵈러 가려고 엄청나게 벼르다가, 결국 전시 종료 2일 전에 급히 성곡미술관에 다녀왔습니다. :] 행사의 취지에 '그림책은 어린이와 과거 어린이였던 사람들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매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운운한 것치고는 애 딸리지 않은 사람에 대한 배려가 심각하게 부족해서, 계속 이런 식이라면 다음 행사에는 가게 될 것 같지가 않았어요. 그림책을 마음대로 펼쳐볼 수 있도록 한 것은 좋았지만 거기서 애한테 책 ......more

Linked at EST's nEST : 오늘의.. at 2009/11/25 02:56

... 단위의 관람객이 적지 않으리라 예상되므로 전시된 많은 책들을 한권한권 조용히 들춰보고 싶으신 분들은 감안해야 할 듯. - 제 2회 CJ 그림책축제 홈페이지 - EST의 제 1회 그림책 축제 관람기 - 은근슬쩍 만화책 가격이 제법 올랐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슬그머니 오른 게 최근의 일은 아닌데, 실은 최근에 구입한 54권을 보고 문득 깨달았어요. ... more

Commented by dcdc at 2009/02/03 23:09
와, 진짜 멋집니다 ㅠ_ㅠ
Commented by 태천-太泉 at 2009/02/03 23:36
'책 욕심 많은 사람들한텐 좀 무서운 곳이 될 수도 있고...' 대목에서 등에서 땀이...(쿨럭)
암튼 이번주 중에 가볼 수 있을 듯 하니 기대됩니다.^^
Commented by pmouse at 2009/02/04 00:20
오. 꼭 가보고 싶어요. 근데 요즘은 방학때라 평일에도 사람이 많을듯 ㅠ_ㅠ
뭐 전시의 특성상 일부러 전시 기간을 그렇게 잡은 것일수도 있겠지만요.
사진 잘 봤습니다. :) 감사!
Commented by EST_ at 2009/02/04 01:55
dcdc// 아니 그런데 웬 눈물... 아직 일정이 넉넉하니 언제 가서 한번 직접 보세요^^

태천-太泉// 아닌게아니라 저 이번 특별초청전 보고 나서, 그동안 카트에 담아만 두었던 위즈너의 책들을 모조리 질러버리게 될 것 같습니다. 어흐흑. 쬐금 위안(?)이 되는 거라면 저 위의 책들이 전부 갖고싶다고 쉽게 구할 성격의 책들이 아니라는 거죠.

pmouse// 그리 애매한 곳도 아닌데 위치 때문인지 성곡미술관은 비교적 사람들이 복작복작 붐비는 곳은 아닌듯하니 언제 한번 방문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멋진 작품들에 비해 시원찮은 사진이라 영 송구스러운데 잘 보셨다니 기쁘군요^^
Commented by euphemia at 2009/02/04 09:25
그저 위즈너나 보러 가려고 했는데 중간중간 보이는 그림책 중에 솔깃하게 하는 게 많네요! :] 그리고 사진 속 EST님 캐릭터가 어쩐지 [Peanuts]를 연상케 하네요. 귀여워요.

그나저나, [자유 낙하]를 펴놓았군요. 으아아...
Commented by EST_ at 2009/02/05 01:19
euphemia// 굉장히 흥미로운 책들이 많아요. 나중에 한번 더 가려고 사실 대강 훑어봤을 뿐이지만, 몇몇 책들은 입수가 상당히 곤란할 거라는 것이 빤히 보이는데도 마구 갖고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자유 낙하>는 저런 구성인지 몰랐는데, 쭉 펼쳐놓은 걸 보고 뿅 반했습니다. 다음번에 책 구매 할 때 필히 질러버리게 될 듯.

그나저나 피너츠라니 어째 좀 과한 칭찬이신 듯... 사실 귀여움보다는 머리 크기 쪽이 비슷합죠 어흐흑.
Commented by 그림책상상 at 2009/02/05 19:29
우와~ 감상평이 대단 합니다. 초대권 지원해 드릴께요. 주변분과 함께 봐주세요.
Commented by EST_ at 2009/02/06 17:34
그림책상상// 어구, 밸리를 보니 저보다 더 좋은 감상이 올라왔던데요. 초대권 지원해주신다니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만 그림책상상과 함께 받은 매수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조만간 ㅂㄱ누님이랑 한번 더 가볼 생각이예요^^
Commented at 2009/02/06 17:1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EST_ at 2009/02/06 17:34
비공개// ... 실은 아닌게아니라 기재된 이름을 보고 잠깐 고민을 했습니다만 아무래도 글 뉘앙스가 너무 생경해서, 링크를 타고 그분 홈페이지에 가서 나름 확인을 좀 해본 후에 덧글을 달았답니다;
조심스럽게 의견을 피력한다고 하긴 했는데, 민감한 사안에 기묘한 우연까지 겹쳐서 괜히 신경쓰시게 한건 아닌지 송구스럽습니다. (그나저나 잘 지내시죠?^^)
Commented by 태천-太泉 at 2009/02/07 09:30
이번 주엔 이래저래 일이 많이 생겨서 서울은 담주중에 가기로 미뤘습니다...oTL
올라가기 전에 예습겸(?) '자유낙하'는 지를지도 모르겠습니다...(쿨럭)
Commented by EST_ at 2009/02/08 23:31
태천-太泉// 월 한달동안은 계속 열리고 있으니까, 언제든 시간될 때 가시면 되죠 뭐^^
자유낙하는 저도 조만간 구매확정입니다. 아 정말 ㅠ ㅠ
Commented at 2009/02/09 01:5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marlowe at 2009/02/09 09:58
최근 읽은 동화책이 그림이 후져서, 차라리 그림이 없었으면 싶더군요.
국내에도 훌륭한 일러스트레이터가 더욱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Commented at 2009/02/10 16:3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9/02/10 17:5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EST_ at 2009/02/12 02:34
비공개 1// 헉 프레데릭 벡 박스라고요!?;;;
여담이지만 분도미디어는 오래전부터 '어라?'싶은 컨텐츠를 먼저 소개하는 경우가 많았답니다.^^

marlowe// 어떤 책을 보셨길래...;;; 그림으로 밥벌이 하는 입장에서 왠지 마음이 좀 뜨끔 합니다.

비공개 2// 어쿠, 잘 지내시죠? 그렇잖아도 홈페이지에 연결이 안돼서 무슨 일 있으신가 걱정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연결했어요^^

비공개 3// 접수했습니다. 서둘러 답변드리겠습니다^^
Commented at 2009/02/12 03:4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EST_ at 2009/02/13 15:01
하하하, 그럴지도 모르지만... 프레데릭 벡 옹 작품이면 덕후라고 하기엔 좀 무엇하지 않은가요? 분도미디어에서 오래전에 내놨던 책이나 비디오 등의 면면을 보면 확실히 좋은 작품을 고르는 혜안이 있었다는 생각입니다.

프레데릭 벡 작품은 학생시절 구해놓은 테잎들이 있긴 한데... 구성을 보니 아무래도 하나 갖고 있어야 할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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