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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신경 못썼더니 가히 핵폭발에 비견할 만한 소식이 기다리고 있군요.
이미 양수도 건이 나왔을 때 거하게 뻘짓을 한 전력이 있는지라, 이번에는 격앙된 감정으로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 솔직히 부담스럽습니다. 양수도를 놓고 오만 이야기들이 오가고 언론에서 나오는 혼란스러운 정보 등으로 한껏 악에 받쳐 있을 때 제 머리를 크게 가격한 것은 전에 이글루스 운영진이셨던 한 블로거의 글 중 한 대목이었어요.

"신뢰한다면서 왜 부정확한 보도에 이토록 흥분하는가"라는 요지의.

부끄러웠던 게 사실이거든요. 평소같으면 잘 훑어보지도 않았을 무슨 디지털신문 쪽의 기사에 발끈해선 버럭버럭거리며 있는대로 감정을 다 쏟아냈었으니까.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면 마음 한구석이 기묘하게 울렁거립니다. 오버가 아니고 진짜로 그래요. 제 입장에선 이글루스가 예전같지 않다라든지 변했다든지 하는 이야기를 꺼내기보다는 이번에야말로 좀 차분하게 며칠간 추이를 지켜봐야만 할 것 같군요.

다만 걱정되는 부분이라면, 유저와의 의사소통이 예전같지 않다는 것만은 확실하다는 점입니다. 그게 운영진의 성격이 변화한 것이든 아니면 좀더 큰 차원의 무언가가 있든지간에, 이글루스에 대한 신뢰를 언급하기에 현 상황은 그리 그림이 좋지 않은걸요. 가뜩이나 범국가적으로 소통의 의미가 의심받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 이번 공지의 여파가 클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입니다. 많은 분들이 피력하셨듯이 저도 다소 급조된 듯한 모습의 가입 연령층 하향조정은 그리 좋은 판단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보다 그 과정과 그에 대한 부연설명쪽이 더 걸리는군요. 촛불을 예로 든 것은, 송구스럽습니다만 아주 좋지 않았습니다. 촛불이 이번 정책 변화의 가장 큰 동기를 부여하진 않았을 테니까요. 11월 중 집행과 1월 간담회도 그리 좋지 않습니다. 사후처리를 위한 생색내기처럼 보일 공산이 크니까요. 솔직히 전 양수도 이후에 열린 간담회에 참석했던 것도 은근히 마음에 걸림돌로 남아있습니다. 과연 이글루스 유저를 대표해서 간담회에 참석할 만한 자격이 있었던가부터 시작해서, 결정과 향후 방향에 별반 영향을 미치치도 못하면서 그냥 간담회 참석하고 밥이나 얻어먹고 온 건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에 말입니다. 주체가 누구며 결정권을 가진 쪽이 누구냐라는 내용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을 지 몰라도, 제가 보기에 이번 결정은 M&A같은 외부적인 요인이라기보다는 이글루스(또는 이제 모회사가 된 SK커뮤니케이션즈) 내에서 이루어진 면이 더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바라보는 시선이 복잡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제가 모르는 여러가지 사정이 있을거라는 생각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다만 어느 쪽 이유에 기대고 있든지간에, 이번 공지에는 가장 중요한 정체성에 관한 문제가 걸려 있는 것이니까요.

지난 양수도 때는, 조용히 지켜보겠다고 해 놓곤 한이틀만에 아주 길길이 날뛰었던 부끄러운 과거가 있는지라, 이번에는 정말로 상황을 지켜보며 입장을 정리해볼 생각입니다. 사실 사람이 그리 과감하질 못해서, 홧김에 당장 그만두겠다느니 짐 싸놓고 있겠다느니 하는 소린 못하겠습니다. 12월이면 개설 5주년을 맞이합니다만 이글루스는 제게 그냥 일반 포털서비스같은 개념이 아니라 말 그대로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려서 말이죠. (덧붙이자면 제가 이글루스를 삭제한다 치면 다른 곳에 가서 이미지 링크를 일일이 수정할 글이 족히 기백건은 됩니다. 그걸 다 고치기 힘들다고 이글루스 계정을 유지한다면 이글루스는 그냥 온라인 사진저장고가 되어버리는 셈인데, 전 이글루스를 그렇게 기능적인 측면으로만 이용하고 싶진 않아요. 웃기는 얘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미 제게 이글루스는 미련 없이 털어버리고 어쩌고 할 곳이 아닙니다. 스크랩 버튼이라도 생기지 않는 이상은.) 그냥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전 어지간해선 여길 떠나고 싶질 않아요.

어려운 결정이었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앞으로 어떻게 상황을 만들고 진행할 지 지켜보겠습니다. 과정이라고 생각하면서요. 뭔가 결정해야 한다면 그건 결과가 나온 다음에 해도 늦지 않으니까.


- 덧: 이번 일에 대해서 쓰신 쓴귤님의 포스트는 일독의 가치가 있는 차분한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양수도 건 때 이미 공지글에서도 확언한 이글루스의 근본적 성격(1번 항목의 두번째 질문에 명시되었죠)과 관련된 사안인데다 그때 한달여의 말미가 있었던 것과 달리 불과 일주일을 남겨놓고 공표된 일이니만큼 갑론을박은 충분히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의견을 피력할 때 최소한의 무언가는 지켜야겠지요. 솔직히 그동안 좋은 서비스 날로 먹고 지낸 건 사실인데, 기획자 죽어라 아니면 나랑 맞장뜰래 식의 의견을 거칠게 토해내면서 '하향조정된 14세 이상의 어린 유저들이 물 흐릴 것'을 걱정한다니 어불성설 아닙니까? 모회사인 SK를 언급하는 것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곤 하나, 대기업 산하로 들어가더니 배때지에 기름꼈네라는 식으로 까대면서 이게 다 이글루스 아껴서 하는 소리다라면 그게 설득력이 있냐는 말입니다. 그 반대 의견도 마찬가지죠. 한달에 한번 버스 타는 사람이 매일 버스타는 사람한테 대고 '걸어다니지 않는 것만 갖고 고마와해도 모자랄 판에 버스회사에다 뭐라 하다니 그 참 찌질하다'라는 식으로 비아냥거리는 것도 별로 좋아보이지 않는 건 매한가지입니다. '난 이 일이 어떻게 흘러가든 상관이 없는 객관적 외부인 입장에서 이참에 말하자면 너희들 재수없어'라는 식의 이야기도 양수도 때 이미 지긋지긋하게 봤고 말이죠.

이글루스를 '우리'라는 단어로 묶긴 힘들겠습니다만 우리 말입니다, 그동안 이런저런 일들 겪으면서 자기 의견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정도는 배우지 않았던가요.
by EST_ | 2008/11/12 22:13 | misc | 트랙백 | 핑백(1) | 덧글(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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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써니 at 2008/11/12 22:27
저는 일단 옮길 준비는 해놓으려고 합니다.
정말 이곳은 삶의 터전이자, 엄청난 추억들이 쌓여 있는 곳인데 말입니다.

오랜만에 않좋은 소식 때문에 인사 드려서 죄송합니다. T.T
Commented by lukesky at 2008/11/12 22:28
지난번 당일 마이밸리 개편도 그렇고, 이번 일주일 통보도 너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너무 급작스러워요.
Commented by EST_ at 2008/11/12 22:35
써니//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시죠?
전 솔직히 이 결정이 이글루스 운영진 쪽에서 그냥 나왔을 거라는 생각이 들진 않는군요. 혹여 그렇다면 그분들께는 실례가 되겠습니다만...
일단 이번엔 좀 조심스럽게 지켜보려고 합니다. 양수도 때는 솔직히 저도 부끄러운 짓 많이 했고요.

lukesky// 네, 지금까지의 이글루스 운영방식을 한순간에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임팩트로 가득했습니다. 뭐랄까, 혼란스러워요. 화가 나는 것도 아니고... 허탈하달까요.
Commented by 세바스찬 at 2008/11/12 22:37
음, 이글루스가 외부링크 막힐때 까지는 그냥 그림창고 정도로 쓰려 합니다.

일단 더 추이를 지켜 본 후에, 옮기던지 해야겠죠...
Commented by amanzo at 2008/11/12 22:38
저도 이번 통보는 좀 충격이네요. 이제 이글루스의 정체성이 뭔지도 모르겠고..ㅠㅠ

간만에 남기는 덧글이 이런거네요;;;;
Commented by EST_ at 2008/11/12 22:53
세바스찬// 여러모로 좀 혼란스럽네요. 이런 사안을 놓고 여러모로 의견들이 올라오는 건 당연합니다만, 벌써부터 비아냥거리는 글들이 보여서 좀 그렇습니다. 양수도 때의 혼란이 다시 오는 것 같아 속상하군요.

amanzo// 그러게 말입니다. 운영진도 저 공지 올리면서 굉장히 심란했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이 드네요.
Commented by 比良坂初音 at 2008/11/12 22:58
쩝....말로는 소통을 중시한다면서 정작 하는 짓은 묻지도 않고
그냥 바꿔놓고 쌩까기 내지는 변명으로 일관하는 지라 씁쓸합니다...
어차피 연령 제한 풀리면서 당장은 큰 변화가 없어도
결국은 어떻게 바뀔지 뻔히 보이거든요
그럴거면 이제껏 각종 규제는 뭐하러 했던건지.... 어차피 난장판 될텐데 말이죠
Commented by 렉스 at 2008/11/12 23:02
사람들이 일전에 '싸이글루' 운운할 때는 참 생각도 짧다 싶었죠.
벌어지지 않은 일, 가능성이 낮은 일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한다 싶었죠.

그때 그런 마음이었는데...그렇게 믿고 지킨 공간이었는데,
'확실히 뭔가 변했습니다.' 아 앞으로 이런 불편함을 몇번 더 느낄거 같은데 그게 참 두렵네요.
Commented by EST_ at 2008/11/12 23:07
比良坂初音// 얼마전 마이 개편 전까진 전 이글루스가 소통을 중시한다는 쪽이었거든요. 이번 건은 그래서 좀 충격이 큽니다. 사실 연령제한 풀고 좀 어린 연령층이 유입되고 하는 건 그리 크게 걸리진 않아요. 사실 현행 이오공감 돌아가는 걸 봐선 소위 '성인 블로거'들이 더 어린 사람들 온다고 난리치는 게 우스워 보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런 큰 변화에 대한 내용을 진행하는 과정에 대해서만은 맘에 걸리는 걸 어쩔 수 없군요. 이글루스답지 않았달까요. 이번 결정으로 이글루스가, 그리고 유저들이 얻는 건 과연 무엇일까요.

렉스// 싸이글루라는 명칭을 공공연히 언급하진 않았습니다만, 양수도 때 분명 싸이월드에 대한 결벽적인 거부감을 어떤 식으로든 표출했기에 저도 그 생각이 짧은 사람 중의 한 명이었다는 점은 고백하고 넘어가야겠군요.

사실 몇몇 분들이 이미 밸리를 통해 토로하신 것 처럼, 이글루스가 무슨 성지도 아니고 연령층이나 생각 없는 인터넷 문화로부터 자유로운 곳이냐하면 그것도 아니긴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비아냥거리는 소리를 보고 있자니 속이 쓰린 것도 사실이지요. 스스로 믿고 지켰다... 라고까지 말할 만큼 큰 무언가를 했던 것도 아닙니다만 그래도 5년정도 가늘고 길게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애착 정도는 가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마지막 문단이 아주 마음에 와닿습니다. 허탈하네요.
Commented by 발라 at 2008/11/12 23:40
어디서 본 댓글을 가지고 여기저기 퍼뜨리고 있습니다만...
만 17세와 18세의 차이중 가장 큰 것은 '책임의 무게'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 무게를 짊어지지 않은 사람들이 그것을 이글루스라는 공간에서 막 사용하게 될까 그것이 두렵습니다.

짊어져 본 적이 제대로 없기에 그 무게감에 대해서 제대로 인식을 하고 있을지...
Commented by 미르 at 2008/11/13 00:11
마이너하게활동하고있지만 이번건은확실히 뭔가있어보이네요...
..어떻게돌아가는지보고 저도 이번기회에 블로그를 버리고 홈페이지로 전향할것인지 일본쪽블로그로 옮겨갈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겠군요
Commented by EST_ at 2008/11/13 01:58
발라// 그 무게를 짊어지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정의도 사실은 좀 애매하고 두렵습니다. 과연 '성인 블로거'들이 그간 보여온 모습이 소위 말하는 '초딩들'보다 나았느냐고 묻는다면 기실 할 말도 없으니까요. 어차피 세 들어 사는 사람들은 언제든 이런 일이 생길 걸 은연중에 예상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책적인 면에도 신경이 쓰입니다. 전 사실 청보법 등에 의한 여러 제재로 인해 이글루스의 성인전용이라는 특성이 상당부분 묻힌다고 생각해 왔던지라, 특정 포스트의 경우 성인 인증을 거치게 하는 기능 등이 점차로 만들어질 거라 예상했었는데 앞으로 그런 부분은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합니다. 이글루스 운영진도 충분히 그런 내용들은 감안하고 있을 테니까 한번 지켜봐야겠죠.

... 전 사실 이번 일이 영 마음에 걸리는 것이, 너무 조야하게 진행됐다는 점 때문입니다. 뭔가 좀 등떠밀려서 나온 일 같다는 막연한 느낌이랄까요.


미르// 직접적으로 '이글루스를 좋아한다고 해서 이글루스의 좋지 않은 부분까지 사랑할 순 없다'고 밝혔던 현행 이오공감도 가까스로 피해다니며 이글루스에 자리를 잡고 있었으니까, 사실 유저 연령층이 낮아진다고 해서 딱히 발작적으로 받아들인다거나 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나름 조용한 곳이기도 했고요.

제가 이글루스를 미련없이 접게 된다면 그건 스크랩 기능이 생기는 날일 겁니다.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으면 합니다만.
Commented by JOSH at 2008/11/13 09:33
쩝..
저는 이글루 라는 시스템에 대해
굳이 '커뮤니티'라는 강한 결속이나
서비스로서 타겟층이 특화된 점을 느끼지는 않는데...
안 그런 분들도 많으신 듯 합니다.

까놓고 말해 논점이 이제까지 성인의 서비스에 애들 왜 들이냐 는 문제일텐데
정작 그걸 반대하자면서 그 포스팅들이 사춘기 어린애들 같으니

(평소에도 이글루스가 딱히 어른스러운 분위기라는 느낌은 전혀 안들었기도 하고..)

이건 뭐하자는건지...
Commented by 발라 at 2008/11/13 10:33
아마도 떠밀려서 진행이 되었다고 보는게 맞을 듯 합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18&aid=0002034299
Commented by EST_ at 2008/11/13 12:10
JOSH// 그러게 말입니다. 커뮤니티도 까페도 아니긴 합니다만, 이글루스라는 이름이 단순히 시스템을 넘어서 어떤 레이블로 인식될 수 있다는 건 서비스 제공자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테구요.

말씀하신 내용에 충분히 공감합니다. 다만 성인서비스에 애들 왜 들이냐... 라고만 단정지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애들'이 단순히 나이어린 사람만을 지칭하는 건 아니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말씀하신 것 처럼 사춘기 어린애들 같은 포스팅은 뭐라고 할 말이 없게 만드는 것이기도 하고...

이번 조처에 이어서 이글루스가 과연 시스템적으로, 정책적으로 어떤 보완책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조심스럽게 기다려 볼 생각입니다. 성인전용을 표방하고 그것으로 특성을 강조해 온 이글루스이지만 기실 정보통신법이나 청소년보호법 등으로 자유도는 많이 제한되어 왔던 것도 사실인지라 그간 특정 포스트에 접근을 제한하는 성인 인증 등에 관한 건의도 끊임이 없었는데, 정작 그런 쪽에 대해선 아직 언급이 없으니까요.

발라// '어른의 사정'에 대해서는 다른 분들께서도 이런저런 링크를 올려주셔서 저도 대강은 미루어 짐작하고 있습니다. 딱히 수익 모델도 없는 이글루스를 없애버리지 않는 것만 해도 고마와해야 하는 상황일지도 모르죠.
Commented by TERMINATOR at 2008/11/13 16:22
어제 다른 분께 소식을 듣고 공지를 보니 아주 간단한 이유더군요.
네이트온, 즉, 싸이를 하는 미성년 네티즌(누리꾼)들의 블로그를 외부에 두지않고
계열사(?)안에 만들어주려는 결정입니다.
Commented by EST_ at 2008/11/14 00:59
TERMINATOR// 그냥 그 이유, 그리고 유저들로 하여금 생각할 만한 시간적 여유만 주어졌더라면 충분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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