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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10주년 기념 아시아 투어의 일환으로 드디어 성사된 MISIA의 내한공연에 다녀왔습니다. 콘서트에 대해서는 잡상란을 통해 몇번 언급했었는데, 사실 전 '공연을 한다면 냅다 달려갈만한' 뮤지션들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사람입니다. 고민할 여지가 별로 없는 뮤지션이 내한하는 기회라는 게 개인적으로 그리 흔치는 않은지라, 나름 서둘러 R석으로 예매를 했더랬지요. 콘서트는 올림픽공원 내 펜싱경기장에서 열렸는데, 공연 시작시간인 5시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리가 텅텅 비어서 좀 불안했습니다만 시작이 조금 지연되는 동안 얼추 플로어석은 다 차서, 조금은 안심했습니다. 30분쯤 지나 세션들이 손을 흔들며 등장해서 '이제 시작하나보다'하고 있었는데, 기다리는 동안 틀어놓은 음악이 채 잦아들기도 전에 난데없이 큰 음향과 함께 조명이 들어오며 순식간에 공연이 시작됐습니다. 꽤 오래 기다리는 동안 별 공지도 없었고 상관없는 노래만 계속 틀어주더니 이 무슨 어색한 시작이래 하는 볼멘 기분도 잠시, 디바가 등장하면서 이내 공연 분위기에 흠뻑 젖어들어버렸어요.![]()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폭발적인 목소리, 열정적인 무대 매너, 일본 투어처럼 거창하진 않지만 작은 규모 안에서 효율적으로 제 구실을 하는 무대장치 등 아주 즐거운 무대였습니다. 두시간쯤 계속된 공연 중에서, 중간에 발라드 부를 때 외엔 플로어석 전체가 다 일어나서 들썩들썩거렸으니 분위기 좋았죠. 제 오른쪽에는 4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일본인 커플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그녀의 무대가 꽤 익숙한 모양인지 특정한 노래의 흐름에 따른 손짓이라든가 추임새 같은 걸 잘 맞춰서 나름 분위기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시작 전에 보니 일본 팬들도 제법 자리잡았던 듯. 다음에 이런 기회가 있으면 그냥 처음부터 바로 일어나 버릴랍니다. 어차피 다 일어날서면서 왜들 짐짓 눈치들을 본대요그래 뜨끔.^^; 일본 공연장처럼 크레인을 타고 무대쪽으로 움직인다든가 중앙에 설치된 통로를 통해 관객쪽으로 뛰어나온다든가 하는 거창한 퍼포먼스는 기대할 수 없었지만, 라이브 DVD 등에서 본 거대한 비닐 공(직경이 2미터쯤 되어 보이는 투명한 비닐 공 안에 작은 공이 몇개 들어있는데, 이걸 몇개 관객석 위로 던져놓으면 관객들이 손으로 이리저리 퉁겨 가며 분위기를 조성하는 아이템이예요)도 나오고, 레이저 조명도 단촐하지만 아주 효과적으로 잘 쓰여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데는 손색이 없었습니다. 불꽃에다 불길에다 'Into the light'나올 때는 예의 금박 테이프도 쏘고(타이밍 맞춰 뛰어오르면 신나요), 단촐한 규모 치곤 MISIA의 공연이라는 면에서 나름 해줄건 다 해준 느낌. 한동안 신곡과는 좀 떨어져 있었던 터라 분위기 못 따라가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MISIA 본인 말마따나 함께 춤추고 함께 노래하는 공연 분위기를 잘 리드해줘서 아주 즐겁게 공연을 볼 수 있었습니다. 노래에 맞춘 동작 같은 것도 백댄서들과 함께 하면서 관객들이 잘 따라가게끔 하는 데도 노련하더라구요. 막판 메들리 때는 아주 좋아하는 곡들이 쭉 이어졌는데, 특히 'The glory day','忘れない日々', 'sweetness', 'Never gonna cry!', 'Into the light'로 연결되는 부분에선 거의 눈 뒤집은 채 거품물고 날뛰었다나 그렇습니다. 전반적으로 관객 호응이 좋긴 했는데, 발라드 부를 때는 박수랑 환성이 좀 엇나갔다는 느낌도 없진 않았습니다. 노래가 다 끝나기 전에 박수치는 거야 그럴 수도 있지만서도 뭐랄까... 고음 파트로 마무리를 하는 곡은 마지막까지 다 끝난 다음에 환호해도 좋았을텐데. 다른 가수도 아니고 MISIA의 '초음파'를 박수로 가리다니 좀 그렇죠. 좋아하는 가수의 라이브 무대를 직접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두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방방 뛰고 오랜만에 그야말로 아주 난리를 치고 온 터라 살짝 피곤한 감도 있네요. 관객이 꽉꽉 들어차지도 않았고 음향시설도 과히 좋진 않았던 것 같은데다 진짜 밴드 없이 이루어진 공연이라곤 하지만, 노래를 듣고 라이브 영상을 보면서 언제 저기 한번 가야하는 데 싶었던 아쉬움을 일단은 충분히 달랠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가수 본인이 시종일관 활짝 웃는 표정으로 질러대는 파워풀한 무대인데, 몇몇 흥을 돋구는 부분에선 스스로도 좋아서 못 견디겠다는 듯이 팔을 내지르며 발을 굴러대는데, 어찌 즐겁지 않을 수 있었겠어요. 중간중간 들어가는 우리말 멘트도 짧고 간단하지만 제대로 구사한 점도 좋았습니다. 리듬을 실어 던지는 '오른쪽 여러분도오~!', '왼쪽 여러분들도오~!'같은 멘트는 우리나라 공연에서만 들을 수 있는 것일테구요. 새삼 MISIA라는 가수에 대해 다시 애정이 샘솟는 기분. 이번 공연 현황을 봐선 요원한 기대겠지만, 아무쪼록 또 만날 수 있으면 좋겠네요. - 덧1: 포털 뉴스란에도 기사들이 보입니다만 링크를 하려다 그만두었습니다. 사진기자가 안티네요 흑흑. 실제로 보니 참 귀엽고 예쁘던데! - 덧2: 제 이웃 블로거들 중에서 MISIA 공연에 대해 언급하셨던 분은 텐(天)님뿐이었는데, 혹시 C구역 3열 쯤에 계셨었나요? 먼 발치에서 보긴 했습니다만 확실하지가 않아서... - 덧3: 공연 끝나고 나오는데 '오늘 실황 안방에서 보세요'라며 DVD를 판매하고 있더군요!? 가격과 구성을 봐선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판매되고 있는 < Decimo X Aniversario De Misia> 앨범인 것 같긴 한데... 공연 진행을 봐선 당일 공연 실황분을 그자리에서 DVD로 만들어 판매할 용자 기획사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만 혹시 구입하신 분 중에서 확인해주실 분이 있으신지 모르겠습니다.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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