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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IA 내한공연: 080928
데뷔 10주년 기념 아시아 투어의 일환으로 드디어 성사된 MISIA의 내한공연에 다녀왔습니다. 콘서트에 대해서는 잡상란을 통해 몇번 언급했었는데, 사실 전 '공연을 한다면 냅다 달려갈만한' 뮤지션들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사람입니다. 고민할 여지가 별로 없는 뮤지션이 내한하는 기회라는 게 개인적으로 그리 흔치는 않은지라, 나름 서둘러 R석으로 예매를 했더랬지요. 콘서트는 올림픽공원 내 펜싱경기장에서 열렸는데, 공연 시작시간인 5시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리가 텅텅 비어서 좀 불안했습니다만 시작이 조금 지연되는 동안 얼추 플로어석은 다 차서, 조금은 안심했습니다. 30분쯤 지나 세션들이 손을 흔들며 등장해서 '이제 시작하나보다'하고 있었는데, 기다리는 동안 틀어놓은 음악이 채 잦아들기도 전에 난데없이 큰 음향과 함께 조명이 들어오며 순식간에 공연이 시작됐습니다. 꽤 오래 기다리는 동안 별 공지도 없었고 상관없는 노래만 계속 틀어주더니 이 무슨 어색한 시작이래 하는 볼멘 기분도 잠시, 디바가 등장하면서 이내 공연 분위기에 흠뻑 젖어들어버렸어요.
(사진촬영이 금지된 콘서트였기 때문에 공연 시작 전의 무대 사진만 한장 띨룽 올립니다)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폭발적인 목소리, 열정적인 무대 매너, 일본 투어처럼 거창하진 않지만 작은 규모 안에서 효율적으로 제 구실을 하는 무대장치 등 아주 즐거운 무대였습니다. 두시간쯤 계속된 공연 중에서, 중간에 발라드 부를 때 외엔 플로어석 전체가 다 일어나서 들썩들썩거렸으니 분위기 좋았죠. 제 오른쪽에는 4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일본인 커플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그녀의 무대가 꽤 익숙한 모양인지 특정한 노래의 흐름에 따른 손짓이라든가 추임새 같은 걸 잘 맞춰서 나름 분위기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시작 전에 보니 일본 팬들도 제법 자리잡았던 듯. 다음에 이런 기회가 있으면 그냥 처음부터 바로 일어나 버릴랍니다. 어차피 다 일어날서면서 왜들 짐짓 눈치들을 본대요그래 뜨끔.^^;

일본 공연장처럼 크레인을 타고 무대쪽으로 움직인다든가 중앙에 설치된 통로를 통해 관객쪽으로 뛰어나온다든가 하는 거창한 퍼포먼스는 기대할 수 없었지만, 라이브 DVD 등에서 본 거대한 비닐 공(직경이 2미터쯤 되어 보이는 투명한 비닐 공 안에 작은 공이 몇개 들어있는데, 이걸 몇개 관객석 위로 던져놓으면 관객들이 손으로 이리저리 퉁겨 가며 분위기를 조성하는 아이템이예요)도 나오고, 레이저 조명도 단촐하지만 아주 효과적으로 잘 쓰여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데는 손색이 없었습니다. 불꽃에다 불길에다 'Into the light'나올 때는 예의 금박 테이프도 쏘고(타이밍 맞춰 뛰어오르면 신나요), 단촐한 규모 치곤 MISIA의 공연이라는 면에서 나름 해줄건 다 해준 느낌. 한동안 신곡과는 좀 떨어져 있었던 터라 분위기 못 따라가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MISIA 본인 말마따나 함께 춤추고 함께 노래하는 공연 분위기를 잘 리드해줘서 아주 즐겁게 공연을 볼 수 있었습니다. 노래에 맞춘 동작 같은 것도 백댄서들과 함께 하면서 관객들이 잘 따라가게끔 하는 데도 노련하더라구요.

막판 메들리 때는 아주 좋아하는 곡들이 쭉 이어졌는데, 특히 'The glory day','忘れない日々', 'sweetness', 'Never gonna cry!', 'Into the light'로 연결되는 부분에선 거의 눈 뒤집은 채 거품물고 날뛰었다나 그렇습니다. 전반적으로 관객 호응이 좋긴 했는데, 발라드 부를 때는 박수랑 환성이 좀 엇나갔다는 느낌도 없진 않았습니다. 노래가 다 끝나기 전에 박수치는 거야 그럴 수도 있지만서도 뭐랄까... 고음 파트로 마무리를 하는 곡은 마지막까지 다 끝난 다음에 환호해도 좋았을텐데. 다른 가수도 아니고 MISIA의 '초음파'를 박수로 가리다니 좀 그렇죠.

좋아하는 가수의 라이브 무대를 직접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두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방방 뛰고 오랜만에 그야말로 아주 난리를 치고 온 터라 살짝 피곤한 감도 있네요. 관객이 꽉꽉 들어차지도 않았고 음향시설도 과히 좋진 않았던 것 같은데다 진짜 밴드 없이 이루어진 공연이라곤 하지만, 노래를 듣고 라이브 영상을 보면서 언제 저기 한번 가야하는 데 싶었던 아쉬움을 일단은 충분히 달랠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가수 본인이 시종일관 활짝 웃는 표정으로 질러대는 파워풀한 무대인데, 몇몇 흥을 돋구는 부분에선 스스로도 좋아서 못 견디겠다는 듯이 팔을 내지르며 발을 굴러대는데, 어찌 즐겁지 않을 수 있었겠어요. 중간중간 들어가는 우리말 멘트도 짧고 간단하지만 제대로 구사한 점도 좋았습니다. 리듬을 실어 던지는 '오른쪽 여러분도오~!', '왼쪽 여러분들도오~!'같은 멘트는 우리나라 공연에서만 들을 수 있는 것일테구요. 새삼 MISIA라는 가수에 대해 다시 애정이 샘솟는 기분. 이번 공연 현황을 봐선 요원한 기대겠지만, 아무쪼록 또 만날 수 있으면 좋겠네요.


- 덧1: 포털 뉴스란에도 기사들이 보입니다만 링크를 하려다 그만두었습니다. 사진기자가 안티네요 흑흑. 실제로 보니 참 귀엽고 예쁘던데!

- 덧2: 제 이웃 블로거들 중에서 MISIA 공연에 대해 언급하셨던 분은 텐(天)님뿐이었는데, 혹시 C구역 3열 쯤에 계셨었나요? 먼 발치에서 보긴 했습니다만 확실하지가 않아서...

- 덧3: 공연 끝나고 나오는데 '오늘 실황 안방에서 보세요'라며 DVD를 판매하고 있더군요!? 가격과 구성을 봐선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판매되고 있는 < Decimo X Aniversario De Misia> 앨범인 것 같긴 한데... 공연 진행을 봐선 당일 공연 실황분을 그자리에서 DVD로 만들어 판매할 용자 기획사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만 혹시 구입하신 분 중에서 확인해주실 분이 있으신지 모르겠습니다. 궁금해요;
by EST_ | 2008/09/28 22:47 | 여행/산책/관람기 | 트랙백(1) | 핑백(2)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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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Heros in my .. at 2008/09/29 01:09

제목 : MISIA 한국콘서트 후기.
공연 막 끝났을때도 그랬고, 지금 와서도 생각해보니 정말 짧고 황홀하고, 최고의 순간이었던 듯. 오늘 좀 삽질을 한게 집이 강남이라 강남쪽에서 출발하는데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을 올림픽 주경기장으로 착각을 해서 3시 50분까지 가만히 있다가 생각을 해보니까 아차! 싶어서 지하철노선도 부지런히 찾아보고 그 때 떠나서 지하철 환승할때도 막 허겁지겁 뛰어서 겨우 4시 40분쯤 도착을 했습니다 OTL 그래서 뭐 그냥 주위에 굿즈를 파나 안파나 돌아......more

Linked at EST's nEST : 오늘의.. at 2008/10/06 00:05

... 이 나오고 맘에 들어서 구입한 책도 많지만 책을 살 때마다 뭔가 찜찜한 마음을 완전히 거두진 못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죠. - m.net의 제이팝 웨이브에서 지난주에 갔던 MISIA 내한공연 특집방송을 해준 모양이예요. 본방은 몰라서 못 봤고 재방은 늦잠자느라 놓치고, 삼방을 어떻게 녹화 좀 해보겠다고 백만년만에 비디오를 세팅하며 난리를 치고 기다렸는 ... more

Linked at EST's nEST : 오늘의.. at 2008/10/12 01:59

... 근처이기도 하구요. 대학 시절에 샀던 책 등을 통해 접한 인상적인 그림을 만들어낸 장본인인지라 한번은 꼭 가봐야 할 것 같아서. 관람시간은 11시부터 19시까지입니다. - 내한 콘서트의 여운이 아직 좀 남아있는지라, 한동안 좀 떨어져 있었던 MISI의 A노래들을 찾아 들어보는 중입니다. 데뷔 10주년 기념 음반은 이미 구입했는데, 꽤 마음에 들었던 ... more

Commented by OuraMask at 2008/09/28 23:51
리믹스 메들리는 좀 길어서 나중에는 힘이 쭉 빠졌다지요. 그나저나 저 박수치는 타이밍 정말 공감합니다. 뒤에 고음이 쭉 올라가는 부분이었는데 좀 올라가다 싶으면 그냥 박수랑 환호성이 터져서 끝에 부분이 다 가려지더라구요 OTL
Commented by EST_ at 2008/09/29 00:14
OuraMask// 어서오세요. 저도 생각보다 메들리가 길게 이어진다는 느낌이긴 했는데, 하나같이 제가 다 좋아하는 곡들로 꾸며져서 난리도 아니었답니다. 발라드 때는 특유의 고음으로 마무리되는 미처 곡이 다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오는 것이... 우리 지금 환호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듯이 열의가 앞서기도 했고 공연에 익숙하지 않은 데 기인한 실수였던 것 같아요. 깔끔하게 마무리된 다음 찰나의 침묵 후에 터져나오는 환호도 좋았을텐데 말입니다.
Commented by 빠나나푸딩 at 2008/09/29 00:38
R석 중에서 플로어석이 아닌 경우 임의대로 플로어석으로 자리를 바꿔놨더군요.
개인적으로 플로어석 싫어해서 일부러 2층 맨앞줄로 잡았었습니다만... -_-
덤으로 40분이나 지연시작한 것에 대한 어떠한 안내나 사과방송도 없었다는 것이 대단히 유감입니다.
Commented by EST_ at 2008/09/29 00:45
빠나나푸딩// 어서오세요. R석 중에 플로어석이 아닌 자리가 있었던 모양이군요.
전 30분 정도 지연됐다고 느꼈는데 정확히는 40분이었던가봅니다. 안내나 해명도 없었던 건 저 역시 저으기 심통이 났던 것인데, 정각에 그 좌석 점유율 그대로 공연 시작했으면 불편한 맘에 제대로 못 봤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관객들이 늦게 와서 그렇게 한 건지 아니면 제때 입장을 못 시킨 기획사 때문인지...

전 정작 시작 전에 틀어주던 그 음악들이 계속 나오는 상황에서 난데없이 시작해버린 데 정말 놀랐어요. 아니 음악이라도 다 끄던가 아니면 멘트라도 하나 날려줘야 하는 게 아닌지;;;
Commented by 太風 at 2008/09/30 12:54
정말 환상적인 시간이었습니다. 아무리 규모가 조촐했다곤 해도, 그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미샤를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힐 것만 같더군요.
그냥 미샤보면서 라이브를 들을 수 있으니 다 용서가 되더라는 ㅠㅠㅠ

팔던 앨범은 <Decimo X Aniversario De Misia>가 맞습니다. 요원해 보이긴 하지만 언젠가 다시 꼭 국내에 와주길 빌어봅니다.
Commented by EST_ at 2008/09/30 18:17
太風// 어서오세요. 저도 동감입니다 ㅠ ㅠ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요원하긴 하지만 언젠가 꼭 다시 우리나라에서 만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나저나 링크 타고 찾아가서 사진을 봤습니다만 혹시 B구역 4열쯤에 계셨었나요? 아무래도 제 앞의 앞에 계셨던 분인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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