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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클론전쟁- 2008.9.2 서울극장
스타워즈 사가의 애니메이션 판을 극장에서 보게 되리라곤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는데, 어쩌다보니 그런 날이 왔다. 독특하면서도 선 굵은 스타일이 돋보이지만 여러모로 센 맛 때문에 호오가 엇갈렸던 TV시리즈를 기반에 두고 3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스타워즈: 클론전쟁>은, 좀 무책임하게 말하자면 '스타워즈다!'라고 열광하기에는 애매하나 스타워즈임에는 틀림없는 묘한 작품이다. 이건 내가 스타워즈 팬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일련의 외전과 후속편들-만화와 소설 등으로 계속 이어져 온-에 둔감하고 무지한 탓이기도 한데, 사실 정식으로 소개된 적이 거의 없는 그 방대한 세계를 완전히 꿰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몇이나 될까 생각해보면 이번 <스타워즈: 클론전쟁>은 상당히 평범한 시선으로 바라본 셈이다.

영화만을 놓고 봤을 때는 2편인 <스타워즈: 에피소드 2-클론의 습격><스타워즈: 에피소드 3- 시스의 복수> 사이의 스토리가 되는데, 이미 공개된 애니메이션 시리즈 이후가 배경이다. 영화판에서는 여전히 공화국과 분리주의 연합의 공방이 계속되고 있고 제다이들은 클론 병사들과 함께 변방을 누비며 국지전에 여념이 없는 상황에서, 공화국과 연합 공히 작전 수행을 위해서는 타투인의 암흑가 보스인 자바 더 헛이 지배하는 공역을 안전하게 넘나드는 것이 관건인지라 그 협상을 놓고 모종의 음모가 벌어진다. 그 음모가 구체적으로 전개된 것이 바로 자바의 아들이 누군가에 의해 납치되는 사건인데, 이 사건에 우리의 주인공 오비완 케노비와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개입하게 된다. 물론 이들의 활약을 위해 두쿠 백작께서 다시 등장해 주시고, 이미 스타워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익히 여러모로 정보를 접했을 제다이 수련생 아소카가 등장한다. 딱히 미리니름이 문제가 될 만한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신작이니까 구체적인 이야기는 이쯤에서 얼렁뚱땅 끝.

극의 분위기는 '스타워즈적인' 맛으로 충만해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야기의 얼개나 주인공간의 관계 설정 및 사고의 흐름들은 다분히 눈높이가 저연령층에 맞춰져 있는데, 그런 와중에 의외로 비정하달까 수위가 높달까 하는 표현들이 제법 산재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각각 공화국과 분리주의 연합의 땅개일반병을 상징하는 클론 병사와 드로이드는 나름 '진짜 전쟁'의 분위기를 내는 데 상당히 유용한 존재라는 생각이다. 목숨을 아끼지 않는 클론 병사들의 저돌적인 전투와, 기계이기 때문에 부서지고 잘리는 연출에 있어서 전혀 걸리는 요소가 없는 드로이드 병사들의 액션이 그리 밋밋하지만은 않아서, 온갖 기계덩어리와 전투정들이 현란하게 오가며 포격을 주고받고 하는 장면들의 흡인력은 상당하다. (그런데 단지 그것뿐이다. 영화판에서 느낄 수 있는 역동적인 느낌보다는, 지루하진 않은데 거기서 거기라는 느낌이 크다면 좀 궤변이 되려나)

다만 나름대로 하드하게 전개되는 그런 전투의 양상이나 스케일에 비해서, 정치적이랄까 하는 부분들의 취약점은 한층 심화(?)되어서 어떤 면에선 참 안이하달까 하는 느낌마저 든다. 영화판을 보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제다이란 인간들은 정말 정치를 해선 안되는 집단이란 생각이 새삼 들었달까. (공화국 망한 게 우연이 아니라니까;) 행성 단위로 판이 벌어지는 복잡한 외교와 음모의 한가운데서 어쩜 저렇게 생각들이 모자랄까 싶은 부분들도 많고, 아들의 납치범에게 현상금을 걸고 범우주적인 교섭을 조건으로 내건 주제에 사냥꾼들을 보내놓고 무희들 춤이나 보고 있는 암흑가 보스 자바의 모습도 좀 묘한 느낌을 준다. 꽤나 스케일 크고 복잡한 정치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세계관이지만, 앞서 저연령층에 맞춰졌다는 이야기를 한 건 그 때문이다.

이미 익숙해진 주인공들의 면면은 여전해서 딱히 이렇다 할 만한 새로운 요소가 없는지라, 아무래도 가장 흥미가 가는 등장인물이라면 신 캐릭터인 아소카 타노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오비완의 음모(?)로 급작스레 아나킨의 파다완이 된 이 당돌한 소녀가 '스승'인 아나킨과 덜그럭거리며 새로운 사제관계를 열기 시작하는 것이 <클론전쟁>의 중요한 축 중 하나인데, 여러모로 공들인 느낌이 많이 드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사뭇 진중한 이야기의 배경과는 상관없이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다소 유머러스한 맛을 잃지 않은 채 진행되는데, 마스터 요다께서 말씀하신 '파다완을 받아들이는 것 보다 떠나보낼 때의 어려움'이라는 것이 그리 허투루 흘려버릴 만한 요소는 아니라고 생각하는지라 두 사람의 관계를 그저 가볍게만 보긴 어려웠다.

예를 들어 타투인 사막을 함께 걸어가면서 나누는 두 사람의 대화만 해도 그렇다. 혐오하는 헛 종족의 어린 아들(새끼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법한)을 안전하게 보호하며 걸어가는 그 사막은, 아나킨 자신이 이미 어머니를 잃은 곳인데다 그 분노로 인해 여자에다 어린아이까지 모조리 도륙한 전적이 있는 '비정한 고향' 아니던가. 다소 충돌을 거듭하면서도 그 기질 자체는 잘 어울리는 아나킨과 아소카의 관계만 해도, 요다가 언급한 그 '떠나보낸다'는 시점이 언제가 되느냐에 따라 보는 느낌이 많이 달라질 것 같다. 아소카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보니 한참 뒤에 벌어진 제다이 학살에서 살아남았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 없고, 그 제다이 학살의 최전선에는 눈이 뒤집힌 아나킨이 자리하고 있다 보니 새로운 만담 커플 등장에도 불구하고 맘 한구석에선 일말의 찜찜함이 계속 남아있는 느낌이랄까. (딱 잘라 덧붙이자면 혹시 베이더가 된 아나킨이 나중에 아소카 죽이는 거 아니냐는 얘기)
전체적으론 만약 TV시리즈였다면 몇편은 족히 잡아먹을 만한 구성이 다양하게 장소를 바꿔 가며 상당히 급하게 전개되는지라, 지루할 틈도 별로 없이 볼 수 있는 작품. 기존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를 3D화하는 작업도 꽤 괜찮아서, 적당히 만화적이면서도 밋밋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밀도를 확보하고 있는 점이 좋다. 다양한 메카들이 등장하는 전투 장면들 또한 역동적이면서도 실사판과 별 위화감이 없는 스타일로 전개된다. 존 윌리엄스의 스코어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색깔은 사뭇 다른 배경음악은 개인적으로 별로. 사실 음악은 스타워즈를 구성하는 가장 큰 요소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는지라...

여러모로 팬층을 염두에 둔 듯 스타워즈 시리즈의 크고 작은 주요 캐릭터들이 유감없이 등장하는 점도 포인트. 파드메의 경우 등장 장면은 그리 많지 않지만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그럭저걸 만족스럽다. 메이스 윈두와 두쿠 백작은 각각 사무엘 잭슨과 크리스토퍼 리 옹께서 직접 목소리를 담당하고 있고, C3PO도 원 연기자인 안소니 다니엘스가 직접 연기한다. 아나킨과 오비완에게 계속 발리면서도 진짜 시스를 목표로 악착같이 등장하는 아사즈 벤트리스도 눈여겨 볼 만 하고, 애니메이션 판이 오히려 더 그럴싸해 보이는 팰퍼틴 의장의 다크 서클도 인상적. 아, 물론 <시스의 복수>에서 오비완이 많은 사람들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던 예의 '그 포즈'도 나온다. 그 외에 기계만 있으면 어디선가 나타나 핼금거리는 자와족이라든가 칸타나 밴드, <제국의 역습>에서 처음 등장했던 의료 로봇, 자바 궁전의 무희들, 프리퀄을 통해 익숙해진 타투인의 작은 생물들 등 나름 반가운 요소들로 가득하다.



장황하게 쓰긴 했지만 사실 <클론전쟁>의 감흥에 대해 솔직하게 한마디로 요약하라면...

양키 모에 만세,승리의 아소카쨩!

이랄까?;;; 내가 양키 모에에 좀 반응이 빠른 기질이 있긴 하지만서도.

10월부터 매주 전개된다는 TV시리즈 예고편도 봤는데, 뭔가 아닌 듯 하면서도 묘하게 기대를 하는 중이다. 즐거운 기회를 제공해 주신 익스트림무비에 감사드린다. 생각해보니 서울극장은 그 덕분에 정말 한 십여년만에 가본 것 같다.
by EST_ | 2008/09/04 01:53 | 영화관 2000 | 트랙백(1)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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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The Gatherin.. at 2008/09/09 08:43

제목 : 스타 워즈: 클론 전쟁 (2008)
은 이후 3년 만에 극장에 걸리는 관련 작품인 동시에, 오는 10월부터 미국의 카툰 네트워크와 TNT 채널을 통해 방영될 같은 제목의 TV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파일럿에 해당한다. 은 소설, 만화, 게임, 완구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개되어 온 의 확장 세계관(Expanded Universe)에 속하는 작품이지만, 조지 루카스가 직접 구상한 내용을 다루.....more

Commented by Eclipsia at 2008/09/04 08:16
저는 꽤 재미있게 봤었는데, 평이 많이 안 좋더군요...^^ ;;; (좀 슬펐다는..; )
Commented by 리드 at 2008/09/04 08:48
이번 극장판은 TV판 클론 전쟁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내용이라더군요.
TV판 다이제스트를 기대하고 갔는데 약간 실망스럽긴 했습니다.
Commented by 하민기 at 2008/09/04 12:16
제가 알기로는 아소카타노는 "시스의 복수" 삭제 장면에서 그리버스장군에게 죽는걸로 나오던데요...
Commented by EST_ at 2008/09/04 12:45
Eclipsia// 시사회 시작 분위기가 굉장히 어수선해서 처음에 집중하지 못한 것만 빼면 저도 꽤 재미있게 봤습니다. 어차피 우리나라에서 스타워즈는 본작도 그리 큰 반향을 얻어왔던 건 아니니까 외전이랄 수 있는 클론전쟁도 딱히 히트할 거라는 생각이 들진 않지만요.

리드// TV판 다이제스트였다면 더 정신없었을 것 같아요 전^^

하민기// 시스의 복수 삭제장면에서 그리버스 장군에게 살해당하는 여성 제다이는 '샤크 티'입니다. 아소카와 같은 종족이라 비슷한 분위기로 생기긴 했는데, <클론의 습격>때부터 출연했던 저명한 제다이죠. 개인적으로 TV판 애니메이션에서의 모습을 꽤 좋아합니다.
Commented by Ruri at 2008/09/04 19:56
칼싸움이나 전투 부분은 실사?보다 낫단 느낌이었습니다만...
헛 일족이 엮이면서부터 텐션이 급격히 떨어졌단 느낌이 들더군요...

개인적으론 애니판 리파인? 을 기대했기에
그리버스 장군이 안나온게 제일 아쉬웠습니다.
Commented by lchocobo at 2008/09/04 20:04
이미 미래가 결정된 상황에서 여러가지 내용을 재밌게 끼워넣는다는 점에서...재미있는 시리즈입니다. 그러니까...아소카도 결국은 나중에 호파-아저씨에게 죽는 걸까요? (퍽)
Commented by EST_ at 2008/09/05 00:32
Ruri// 전 그래도 영화 쪽이 훨씬 좋던데요. 사실 말씀하신 텐션 문제는 전체적으로 산재해 있긴 합니다. 좀더 솔직히 말하자면 전체를 놓고 볼 때 완급이.. 없어요. 그냥 장면장면을 쥐었다 놨다 하면서 변화는 주는데, 정작 보는 사람이 감정적으로 이입할 만한 정도가 아닌지라... 아나킨과 아소카 얘길 하면서 저만한 코드를 억지로 끌어낸 제가 다 기특할 정도입니다;;;

그리버스 장군은 TV판에 등장하는 모양이더군요. 첫대면 때는 스타일을 보며 뭐야 이놈은 했던 캐릭터인데도 불구하고 워낙 개성이 강해서, 저도 은연중에 좋아하는 쪽이 되어버렸답니다.

lchocobo// 그거 나가노가 20여년에 걸쳐 하고 있는 짓 아닙니까 어흐흑. 연표 짜놓고 이야기 끼워맞추기 ㅠ ㅠ
저도 아소카의 삶이 참 궁금합니다. 아무리 생뚱맞게 등장한 캐릭터라지만 아나킨의 파다완이라면 어느정도 극에 맞물려 돌아갈 법도 한데 에피소드 3에선 그림자조차 비치질 않았거든요. 설마하니 자기들 딴엔 상당히 공들인 모에 캐릭터를 만들어 놓고 클론전쟁 중간에 죽여...버리진 않겠죠? (그거 해버리면 나름 루카스 인정)
Commented by Loomis at 2008/09/05 00:47
겨, 결론이... ;;;

허긴, 저도 이번 작품으로 아소카에 호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알투이'까진 모르겠는데, 겁도 없이 스승한테 '스카이 가이'라고 애칭을 부르는 모습이 특히 재미있더군요.
Commented by EST_ at 2008/09/05 01:51
물론 100%는 아닙니다만... 쿨럭.
아소카는 스틸컷만 살펴보면 참 호감 안가는 인상이지만 그게 움직이면 의외로 귀엽더라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다른 분들 리뷰를 보니 딱딱한 움직임에 대한 불만도 꽤 있던데, 전 모션 캡쳐 등을 사용해 가며 자연스러운 움직임에 주력하는 것 보다 이런 식의 키 애니메이션 쪽도 좋아하는지라... <클론전쟁>의 다소 강한 캐릭터들에게는 후자 쪽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고요.
스카이가이 말씀하셔서 생각났는데, '스카이워커'라는 이름에 걸맞는 장면이 아주 맘에 들었습니다. 겁을 모르는 마스터와 파다완이라는 조합 때문에 아소카에게 급호감을 느끼게 된 건지도 모르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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