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사병 창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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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은 지금 잔화 정리중이라는군요
화재라길래 뭔가 좀 작은 불이 났겠거니 했다가 한시간 반쯤부터 속보로 계속 나오는 숭례문 화재 현장을 식겁하며 보는 중인데, 이걸 뭐라고 해야 할지 참 막막하군요. 이제 불길 잡고 남은 불을 끄고 있는 모양인데, 이미 윗쪽은 다 붕괴되어 내려앉았고, 말 그대로 잿더미입니다. 전란 중도 아닌데 도심 한가운데 남아있는 유서깊은 문화재가 한순간에 타 없어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뭔가 굉장히 을씨년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한편으론 스스로가 굉장히 초라해지는 듯한 기분마저 드는 것이, 정말 뭐라고 표현을 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무슨 애국자도 아니고 문화재에 남달리 애정이 깊은 것도 아니지만, 태어나기 전부터 줄곧 남대문은 그 자리에 있었고 삼십수년동안 좋아하는 동네를 오갈 때면 어김없이 지나치던 곳이라 왠지 마음 한쪽이 덩달아 타 무너지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숯더미가 되어 내려앉아 검은 연기를 뿜어내는 모습이 마치 무슨 불길한 표징처럼도 느껴져서 더욱 우울해지는걸 보니 확실히 숭례문이 알게모르게 가까이 느껴졌던 모양입니다. 머리는 멍한 가운데 잠은 홀랑 다 날아가 버렸지만 출근을 위해 애써 잠을 청해야 하는 상황이 참 하릴없습니다. 에휴,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ㅠ ㅠ
by EST_ | 2008/02/11 02:26 | misc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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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지조자 at 2008/02/11 02:34
상당히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런 일은 애초에 발생해서는 않되었는데 말이죠.
Commented by 금숲 at 2008/02/11 03:00
저도요 ㅠ ㅠ
마음이 홀라당 타는 기분이었어요
그치만 일을 위해 이제 자야된다는거 에휴..........
Commented by Dack at 2008/02/11 07:17
정말 안타깝습니다. 서울가면 거의 항상 보는 곳인데...
Commented by lchocobo at 2008/02/11 07:37
전 실제로 본 적도 없는데 이제 볼 수도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
Commented by 세바스찬 at 2008/02/11 08:13
휴우, 이모댁 가는 길에 항상 보이던 숭례문이었는데 이젠 폐허만 보게 됐다니
참 안타까울 뿐입니다. 이렇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관리가 계속된다면 언젠간 제대로 된 문화재 보기가 힘들겠네요..
Commented by 比良坂初音 at 2008/02/11 08:17
이뒤에 일어날 일들도 너무나도 뻔히 짐작이 된다는게 더 속쓰리더군요
Commented by marlowe at 2008/02/11 08:55
한숨만 나옵니다.
Commented by 알트아이젠 at 2008/02/11 09:03
보안을 좀 더 철저하게 하고 초기대응만 잘했다면 지금과 같은 처참한 모습으로 남지 않았을텐데,어덯게보면 이런 참사는 예고된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슴이 답답합니다.
Commented by UCHRONIA at 2008/02/11 21:09
뭐랄까 참 할 말이.... [....
Commented by EST_ at 2008/02/11 21:50
지조자// 새벽에 연기를 뿜으며 무너지는 숭례문을 실황중계(;;;)로 보는데 이걸 대체 뭐라 표현해야 할 지 난감한 기분이었습니다. 뭐랄까 그저 화재현장이 아니라 제 자신이 질책을 받는 듣한 준엄한 경고같이 느껴지기도 하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하는데, 기실 그 자리에 언제나 서 있을 때는 몰랐습니다만 막상 허망하게 숯덩이가 되는 모습을 보니 숭례문이 마음속에 알게모르게 자리를 잡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금숲// 이런 일들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슬픔과 고통을 겪으면서도 매번 하는 하릴없는 생각 중 하나랍니다. 억장이 무너져도 숨은 쉬고 밥도 먹고 잠도 자고 화장실도 가니까요. 마음 한쪽이 허전합니다. 예전에 낙산사나 수원성 기사를 읽으면서 혀를 끌끌 차고 막연히 안타까워하긴 했지만, 가까이 있는 정든 곳이 이렇게 되니 정말 그때 심정은 그저 막연했을 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마다 정을 주고 익숙해하는 풍경은 제각각이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Dack// 전 지난주에도 남대문 화방촌에 다녀왔어요. 길 한구석에서 소심하게 담배한대 태우며 별 뜻 없이 쳐다봤던 것이 마지막이었다고 생각하니 참 마음이 다 을씨년스러워집니다.

lchocobo// 부끄럽습니다만 개방 이후에도 전 아주 가까이 다가가 본 적이 없답니다. 저도 유구한 세월동안 버티고 서 있었던 숭례문의 진면목은 끝내 살펴보지 못한 채 떠나보낸 셈이니 안타깝기는 매한가지겠지요.

세바스찬//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남은 상처와 공허한 구멍을 메우기 위해서라도 조심스레 이번 일을 심사숙고해야겠지요. 저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모습에 방관으로 일조한 공범임을 생각하면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比良坂初音// 여러 곳에서 본색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숭례문을 바라보는 감흥은 사람에 따라 제각각이겠지만, 이번 일을 기화로 어떤 사람들을 박멸해야 할 대상으로 지목해서 짓이겨 댄다든지 뒤숭숭한 민심을 더욱 뒤집어 놓을 궁리를 하는 이들이 있다면 결코 좌시해선 안될 겁니다.

marlowe// 그러게요. 저도 오늘 한숨 많이 쉬었습니다. 담배도 많이 피우고... 으휴.

알트아이젠// 매번 무슨 일만 터졌다 하면 초동대처라든가 평상시 관리 같은 이야기가 나오는 데 이젠 신물이 납니다. 이런데 익숙해지는 건 정말 달갑지 않아요. 인명피해가 없어서 영화 <괴물>에서처럼 합동분향소가 생기지 않은 것만 해도 고마와해야 할까요 ㅠ ㅠ

UCHRONIA// 유구무언입니다. 이제 블루시걸을 타임캡슐에 묻고 숭례문을 태워먹은 세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을 생각하니 착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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