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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가 좋아요
이번 모델 그래픽스 제로센 부록을 받아들고 문득 떠올려보니 실은 이런 부록 패키지를 아주 좋아한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골판지 내지는 크라프트지 느낌을 선호하기도 하고, 이 일련의 부록 패키지의 경우 아주 간단한 지기 구조만으로도(이어붙이거나 할 필요 없이 그저 전개도 하나 안에서) 대략 내용물을 충실히 보호하고 있을 뿐더러 구조 자체도 견고한데다, 특히 특유의 미니멀한 맛이 스케일 모델에 아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위 사진은 2년여전 kenshiro님으로부터 선물맏은 아머 모델링 2004년 5월호 부록인 1/144 Sd.Kfz.251/22 'Pakwagen'의 패키지인데, 골판지에 단색으로 인쇄된 맛이 참 좋다. 그래서 이런 식의 부록들 중 몇개는 내용물을 처분했음에도 패키지는 다 모아두고 있는 편이다.
부록으로 융단폭격을 하다시피 하면서 화려한 컬러 패키지를 자랑하는 전격하비도 예전에 건콜 고기동형 자쿠를 부록으로 실을 때 이런 느낌으로 패키지를 만든 적이 있었고, 모델 그래픽스에서도 2003년 3월호의 월드 탱크 뮤지엄 특집호를 통해 1/144 판터를 이런 패키지로 제공하였다. 딱 한가지 단점이라면 가운데 열리는 부분을 밀봉하기 위해선 한가운데로 테잎을 가로질러야 한다는 것. 패키지의 상태와 보존에도 눈길을 주는 컬렉터라면 상당히 신경쓰이는 요소일 수 밖에 없는 것이, 이런 재질의 종이에 붙인 테잎은 제거한다는 것이 불가능한데다 테잎으로 붙인 데는 어찌되었던 오랜 시간이 지나면 난감한 상태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좀 다른 이야기이긴 한데 실은 그래서 책을 비닐로 쌀 때도 어지간하면 스카치 테잎은 잘 안 쓰는 편이다)

오늘은 난데없는 박스 타령(클릭)

몇년 전 후배로부터 생일선물로 받은 스킨푸드의 패키지는, 박스는 굉장히 평범하지만 전체적으로 일관성 있는 단촐한 구성이 아주 좋았다. 박스 외적인 면이긴 한데, 전체적으로 레이블 또한 크라프트지 느낌으로 통일한 게 맘에 들었다. 그러고보니 저 마스크 팩... 아직 세개 남았구나. 유통기한 다 지났을텐데;;;
공CD 한장에 몇천원 하던 시절 선호하던 미쯔비시의 블루 CD 열개들이 박스는 지금 봐도 괜히 흐뭇하고, 그저 비뚤비뚤 스티커 하나 붙여놨을 뿐인 필립스의 공CD 박스도 여러개 모아두면 왠지 일관성이 있으면서도 살짝 자유로운 느낌이 좋다. 대학 포장디자인 시간에 나름 꼽아본 괜찮은 패키지 중에는 타미야의 여섯병들이 에나멜 박스도 있는데, 한장짜리 전개도로 외형은 물론 내부에서 여섯병 각각을 분할하는 간막이까지 전부 만들어지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누르스름한 크라프트지 위에 짙은녹색으로 단색 인쇄된 박스였다.
작년 레스페스트 비디오 영화제의 기념품이었던 3-D 안경도 이런 일련의 박스/크라프트지 선호 취향의 범위 안에 들어간다. (한마디로 박스 종이 느낌이란 얘기) 다소 보풀이 느껴질 정도로 거친 표면을 가진 이정도 사이즈의 봉투라는 게 그리 흔한 것도 아니거니와, 무엇보다 이쪽은 기념품의 내용물도 아주 맘에 들었더랬다.
오래전 회사에서 컴퓨터 조립과 관련해서 예쁘장한 상자 두개가 한쌍 나온 걸 가져다 끈 손잡이를 달아 나름 커스터마이징를 했던 종이박스. 구석에 얌전히 둔 때문인지 어쩌다보니 한 7년째 유용하게 쓰고 있다. 끈이 좀 더 짧았다면 예뻤을 테지만, 가벼운 물건을 담아 좀 높은 곳에 두었던지라 아래에서 꺼내기 쉽게 하기 위해선 조금 길게 늘어뜨릴 수 밖에 없었다. 오랫동안 변형 없이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확실히 조금 무거운 걸 넣었더니 이내 조금씩 짜부라지더라. 구석에 예쁘게 맞춰 쌓으면 있는 듯 없는 듯 정리도 되어 보이는 게 좋았는데, 오래도록 함께 하기엔 확실히 소재의 한계가 있다.

이번 제로센의 커다란 박스를 보니 은근히 골판지 박스에 정신이 홀려 있는 스스로의 취향이 생각나 곁가지 이야기를 늘어놔 본 것인데, 잘 두면 선물 포장이나 중고물품 거래 등 나중에 여러모로 쓸모가 생기기도 하며 오래 보관하고 싶을 정도로 예쁜 녀석들은 굳이 박스 형태로만 보관하지 않으면 공간도 적게 차지하느니만큼 이런 취향이 쉽게 변하진 않을 것 같다. 사실 이런 잡동사니마저 끌어안고 산다고 해도 할 말은 없지만서도.
by EST_ | 2007/10/02 01:02 | 취미생활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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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ghong at 2007/10/02 04:13
제로센! 제로센이라고 했나! 제로센! 엉엉엉 갖고 싶어 흑흑흑 갖고 싶어. 뭘사면 그거 주는거야 뭘사면 알려줘 알려줘!!!
Commented by ghong at 2007/10/02 04:15
아직도 파는 거면 나한권 사서 우편으로 보내주길 부탁하오!!! 오네가이시맜으.
Commented by lchocobo at 2007/10/02 08:38
잡동사니라고 해도 모을 수 밖에 없죠, 모으고 싶은 건. 문제는 보관 장소의 여유겠지만요..;
Commented by EST_ at 2007/10/02 10:04
ghong// 모델 그래픽스 11월호 부록으로 딸려 오는(?) 파인몰드의 1/72 키트야요. 12월호도 마저 사야 한대가 다 구성되는데, 좀 난감한 시점에서 발견해 버렸군요. 내일 시내 쪽에 나가봐야 하니 그참에 광화문 일대를 좀 찾아볼께요. 입소문이 나서 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OTL (모델 그래픽스는 가뜩이나 수량이 적게 풀리는 편이라...)

lchocobo// 확실히 그렇죠? ^^
Commented by ghong at 2007/10/02 12:52
아 이번달에 나와서 쉽게 살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면 너무 무리하지 마시오... 괜한 수고를 끼쳐드릴뻔 하였구만. 영전이라는 소리에 그만 흥분을 해서...
Commented by EST_ at 2007/10/05 12:18
ghong// 토요일에 광화문 좀 돌아봤는데 그쪽 재고는 똑 떨어진 것 같더군요 OTL
Commented by 황혁주 at 2011/06/10 16:54
와~ 갑작스레 반가운 블로그를 만나게 되었네요. ^ㅡ^;;; 반갑지만 지금 업무 중이라 ㅠㅠ 또 뵐 수 있기를~
Commented by EST at 2011/06/10 17:14
어서오세요, 어떤 부분이 반가우셨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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