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쿠에 도착한 두 사람은, 시내를 돌아보면서 도큐핸즈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술렁술렁 돌아다니며 부탁받은 물건이나 선물도 미리 좀 구입하면서 한가롭게 보내다 너무 늦지 않게 들어갈 요량이었거든요. 도큐핸즈에 대해서는 이렇게 저렇게 좋은 이야기는 참 많이 들었는데, 과연 어떻게 꾸며진 곳인지 저으기 궁금한 마음으로 총총걸음을 내딛습니다.
첫번째 일본 여행 때는 신주쿠라고 해도 이쪽으론 와볼 일이 없었던지라, 왁자지껄 휘황찬란한 거리 풍경과는 또다른 차분하고 거대한 맛이 새롭습니다.
여기가 도큐핸즈. 이걸 거대 잡화점이라고 하면 맞는 표현인지는 모르겠는데, 건물 층층이 화구며 문구용품이며 모형재료며 갖가지 아이템으로 가득 차 있는 걸 보고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백화점이라면 쇼핑도 자주 가고 할텐데 말이지요. 시간의 제약이 있는 여행이 아니라면 정말 하루종일 구석구석 살피는 것도 재미있을 겁니다. 전 남대문의 알파문구센터에서도 서너시간은 아주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사람이거든요.(잠깐 들러도 한두시간은 기본) 거하게 뭔가 지를 생각은 아니었고 그저 매장에서 풍기는 은은한 종이며 나무 냄새만으로도 꽤 배부른 곳이었습니다.
선물도 하고 개인적으로 쓸모있는 아이템도 저렴한 걸로 몇가지 구입. 일단 나무로 된 베이스와 핀을 골랐는데, 핀은 늘상 보던 물건이지만 월넛 계열의 나무로 되어있으니 꽤 예쁘네요. 사실 냉정히 따지자면 나무토막 같은 건 잡동사니에 지나지 않습니다만(남정네라는 것들이 원래 이런 천하의 쓸데없는 물건 집어들고 좋아하긴 합니다 하하하;) 그래도 이런걸 몇개 집어들고 느끼는 작은 기쁨도 무시할 순 없습니다. 잘 두면 언젠가 예쁘게 써먹을 날이 올 것만 같고 말이죠.
역시 선물용으로 구입했던 고양이와 판다 스티커. 이런 아이템도 그득그득. 하루종일 둘러보면 은근히 지갑이 가벼워질 만한 곳이긴 합니다.
그리고 나서 사쿠라야 호비관으로 가는 도중에 먼저 키노쿠니야 계열의 DVD샵인 '포레스트'를 경유. 처음 보는 일러스트 스타일의 헬보이 포스터가 맘에 드네요. 지난번 경험으로는 이곳에서 제일 DVD를 많이 볼 수 있었거든요. 여기서 부탁받은 DVD들은 모두 구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신품은 가격이 만만찮아서 제 욕심 채울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었는데, 눈에 띄는 아이템이 있어서 하나 구입했습니다.
- 배트맨 비욘드 DVD:<배트맨 비욘드>가 <배트맨 더 퓨쳐>라는 제목으로 나와있더군요. 한 화만 달랑 슬림 팩에 들어있는 500엔짜리 저가형 상품입니다만, 흥미롭게 보았던 'Dead man's hand'라는 에피소드가 들어있는 걸 발견하곤 구입했습니다. 역사는 반복된다랄까, 악당 패밀리인 로열 플래시 갱에 몸담은 소녀와 사랑에 빠진 테리의 이야기가 아주 인상적이었지요.(로열 플러시 갱은 이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난지라 신참 악당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저보다 나이가 많은 오래된 악당들이었습니다) 갱단의 막내딸인 텐(10)과 사랑에 빠져 곤란한 상황을 연출했던 테리가 마지막에 자기 행동에 대해 사과하며 '당신도 이런 경험이 있었나요?'라고 묻자 늘 굳어있는 얼굴의 원조 배트맨 브루스 웨인 옹께서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네게 셀리나 카일이라는 여자에 대해 이야기해줘야겠구나.'라고 말하는 부분 때문에, 굉장히 좋아합니다. (셀리나는 캣우먼의 본명이지요) TAS도 몇개 있긴 했는데, 제가 바라는 에피소드들이 없다는 핑계로 힘겹게 패스. 솔직히 말하면 허수아비가 처음 등장하는 에피소드는 사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왠지 TAS는 언제가 되었건 우리나라에도 출시가 될 거라는 막연한 희망 같은 게 있어서요.
다음 순서론 호비관에 가서 선물용으로 스파이더맨 피겨 한 박스와 HGUC 마라사이 하나를 말 그대로 후다닥 구입. 스파이더맨 피겨는 조형이 꽤 괜찮았는데, 전부 선물로 돌린지라 사진은 남기질 못했네요. 프라모델은 부피가 커서 꺼려지는 아이템입니다만, 작년에 만들어둔 포인트 카드도 있고 이곳은 바로 포인트를 사용하는 것이 또 가능한지라 이리저리 할인받아서 마라사이를 800엔 정도에 구입할 수 있었으니 피해갈 수가 없었죠 뭐.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체된 탓인지 어느새 저녁무렵. 그 와중에 두 사람은 또 아키하바라에 갑니다. 이미 늦은 시간이었던지라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고 또 마무리하는 분위기였습니다만, 헐레벌떡 왔다갔다 하며 카이요도 매장 등을 건성으로 훑었습니다. 물론 멋진 작품들이 즐비한 쇼윈도는 충분히 감상했습니다만... 그 와중에 또 옐로우 서브머린에서 자잘한 것 몇가지를 슬쩍 구입.
각종 프라모델이나 GFF의 부품들을 따로 나눠서 팔고 있는 코너에 GFF 슈퍼건담과 Z건담 손이 있길래 구입했습니다. 원래는 HD 매니퓰레이터를 하나쯤 사갈까 했던 차에, 이쪽이 더 경제적인 것 같아서 말이지요. (사실 B클럽의 옵션 파츠라는건 '배보다 배꼽이 크다'라는 표현이 딱입니다) 지오노그래피 자쿠들의 환장 머리파츠도 잔뜩 있었지만 간신히 유혹을 뿌리치고 패스. 대신 내친김에 M.S.G 마이너스 몰드도 두어개 덤으로 구입. 별것 아닌데도 국내에서 구하려면 꽤 귀찮아서 말이지요. 설득력은 그다지 없지만 가격도 조금은 싸고.(훗날 보크스 매장이 생겨 발에 채이는 물건이 되어버릴 줄이야 OTL)
실은 이곳에 온 김에 일단 부탁받은 책들을 모두 구입해 놓는 편이 남은 여행기간 동안 마음편하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라고 생각도 했었는데, kenshiro님이 이런저런 아이템들을 구입하는 동안 저는 해당 책들을 단 한권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실은 제가 좀 어두운 야오이 쪽이었거든요.(:D) 직접 찾아보마 생각하고 코너를 기웃거리는데, 얼굴에야 두터운 철판을 깔았으니 상관은 없었지만 결정적으로 책을 찾기가 참 힘들더군요. 솔직히 말하자면, 소설도 만화도 모두 제 눈에는 표지가 다 똑같아 보였답니다. 캐쥬얼한 옷 입은 남자와 양복입은 남자 둘이 달라붙어 있는 표지가 벽을 가득 메운 경악스런 풍경에 정말로 머리가 핑 돌 정도의 어지러움을 느끼고는, 안되겠다 싶어 가는곳마다 리스트를 보여주며 점원에게 물어보았지만 야오이 쪽으로 특화된 매장은 따로 있는지 이쪽에선 건질 수가 없었습니다.
사진은 대책없이 흔들렸지만, 토라노아나의 10주년 기념 현수막이 꽤 익살스럽습니다. 이미 늦은 시간이므로 느긋하게 아키하바라를 둘러본다든가 하는 것은 이미 불가능하게 되었지만, 실은 내일 닛코행 열차편의 시각을 도무지 알 방법이 없었던지라 아사쿠사에도 잠시 들러볼 예정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지요. 마음은 초조한데, 또 아키하바라는 전체가 금연구역으로 설정된 듯 해서 담배도 못 피우고 아무튼 아사쿠사로 부랴부랴 이동했습니다. kenshiro님 말씀을 들어보니 흡연방이 하나 있었는데 때마침(?) 공사중이라더군요 으하하핫.
이러저러 마침내 아사쿠사에 도착. 센소지 근처라 그런지 꽤나 고풍스런 꾸밈새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사실 내일이 닛코행 예정이라, 오늘은 차편을 알아보러 들른것이죠. 덕분에 처음으로 지하철을 타 봤습니다.
찍고 보니 남정네... 인 듯 합니다;;;
대강 한시간 간격으로 닛코행 차편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두 사람은 늦은 저녁식사를 위해 다시 움직였습니다. 벌써 9시 30분이 넘은 상황에서 도착한 곳은 kenshiro님이 소개해 주신 '마구로비토'라는 회전초밥집. 이때만 해도 회전초밥은 먹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굉장한 기대를 안고 들어갔습니다. 나오면서 입구 사진을 찍으려고 보니 이미 네온이 다 꺼진 상태 OTL.
무척 배가 고픈 상태에서 맛있는 초밥들이 나와 꽤 즐겁긴 했는데... 아뿔사, 여기는 10시 폐장이더군요. kenshiro님이 쏴 주셔서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만, 천천히 앉아 맛을 음미하며 대화도 좀 나누고 하면서 먹었다면 즐거움이 몇배가 되었을텐데, 맛있는 것들을 20여분만에 후루룩 뚝딱 먹고 나오려니 아쉽기 짝이 없었습니다 흑.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