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글루 파인더
카테고리
영화관 1980
영화관 1990 영화관 2000 영화잡상 여행/산책/관람기 서적/미디어 애니메이션 이크사전설 딸사랑은 아빠의 로망 마리아님이 보고계셔 少女革命 ! 일단은 그림쟁이 취미생활 냠냠냠 문답과 테스트 반갑습니다 전단지 스크랩 百合館 오늘의 잡상 misc 검색漁 양식장 수정중 최근 등록된 덧글
4관왕 축하드립니다^^
by Frost at 20:31 축하드립니다! by zelu at 19:00 다음 해도 이글루땅과 함.. by 나이브스 at 18:14 축하드립니다. 이글루땅.. by rumic71 at 17:19 환하게 웃는 이글루스 .. by lukesky at 16:58 어이구 이로써 4관왕!~!!.. by 지옘 at 16:21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by 꼬깔 at 16:18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by Loomis at 16:17 나이다와 보이는 따님이.. by 푸른마음 at 16:14 EST님도 4관왕에 등극.. by 比良坂初音 at 16:09 최근 등록된 트랙백
12월 4일 금요일자 아사히..
by 죄다 잡동사니들 블로그 6주년. 하루가 .. by 극한추리 hansang's wo.. "마리미테" 시리즈를 되.. by 동쪽의 아레스실버 『가메라』 3부작 카네코.. by [미르기닷컴] 外傳 마이클 잭슨의 [This is .. by 렉시즘 : ReXism 지름품 도착. by 청빛 얼음집 지름품 도착. by 청빛 얼음집 HGUC 099 크샤트리아 (.. by Dark Side of the Glas.. HMM 레드혼이 나온다니! by 청빛 얼음집 고토부키야 레드혼. by 아돌군의 잡설들. |
<왕의 남자>는 개인적으로 참 오랜만에 극장에서 만나는 우리 영화다. 포스터에서 받은 범상치 않은 느낌(혹자는 낚시질이라고 표현하기도)도 그렇고, 예고편에서 느낀 남다른 힘도 그렇고, 무언가 주저주저하게 되면서도 결국 다소 즉흥적으로 극장으로 향하게 되었는데... 뭐라고 표현을 하면 왠지 퇴색이 될 것 같아서 딱히 말하기가 힘들다. 대박이라고 해야 하나 물건이라고 해야 하나. 롤러코스터 영화 외에 상영시간 내내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간 상태로 가쁜 숨을 내쉬며 앉아 있었던 건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이후로 처음이다. 좀처럼 쉽지 않은 흥분인 셈인데, 거의 밤을 홀랑 새고 가 앉았는데도 불구하고 잠이 다 확 달아나더라. 연산군에 대한 이야기는 TV 사극이나 영화로도 물릴 정도로 접해 오긴 했지만, 지금껏 별로 접근하지 않았던 부분을 의외의 곳에서 맞닥뜨리는 느낌이 아주 남다르다. 폭정과 희대의 기행을 일삼다 마침내 반정이 일어나 폐위되는 소위 '폭군'이다 보니 아무래도 야사 쪽에 가까운 광기의 이미지가 강하게 각인되어 있는데, 픽션과 결부시켜 좀 더 깊은 쪽을 건드린 느낌이랄까. 왕후장상이 씨가 있는지라 아버지가 임금이면 왕이 되고 아버지가 백정이면 천한 것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시대였겠지만, 임금 아버지를 만나 곤룡포를 입는다손 쳐도 왕재가 될 자질까지 타고날 리는 없는 법. 뭐랄까, 사약을 받고 죽은 어머니의 사연에 피눈물을 쏟으며 부리던 광기나 폭정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선왕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극중 말마따나 '뭐든지 하려고만 하면 안된다고만 하는' 중신들에 둘러싸인 연산의 심정이 일견 이해가 갈만도 하다라는 데 까지 생각이 미치면 이것 참 기막힐 노릇이다. 사내들은 어떤 식으로든 아버지를 의식할 수 밖에 없다. 그게 아버지만한 인물이 되고 못 되고의 문제이든, 자신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아버지와 대립하는 것이든, 부자지간의 정을 떠나 본능적으로 아들에게 있어 아버지는 뛰어넘어야 할 존재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남자는 아버지를 떠나보낸 후에야 어른이 된다'는 이야기도 있을까. 현세 인간들의 심리상태마저도 섬세하게 내다보고 있는 신화의 세계에도 오죽하면 제 아비 죽이는 이야기가 그리도 많을까. 공길의 앞에서 마치 재롱이라도 부리듯이 연산이 보여주는 그림자 인형의 '아바마마'는, 왕이되 왕이 아닌 그가 오랫동안 마음 속에 꾹꾹 눌러담아둔 감정의 폭발이었을 것이다.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의 편린에 지나지 않을지언정, 말끝마다 '선왕께오서는...'으로 시작하는 중신들의 진언에 진저리를 치는 모습에 수긍이 간다는 건 그런 의미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아마도 연산이 공길에게 느낀 감정은 나긋나긋한 몸짓의 예쁜 남성에 대한 성욕이 아니라, 그런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어리광을 부리고팠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었을 게다. (괜히 벗은 몸으로 연산을 품에 안고 녹수가 하는 대사가 '우리 애기 젖줄까?'였겠는가)그렇기 때문에 왕과의 관계에 대해 일절 함구하고 있는 공길에 대해 수동적이고 모든 예정된 파국으로 이끌어간 장본인이라고 손가락질을 할 수 없는 것이다. 미친 왕이 자신의 심경을 표현하고 눈물을 흘리며 엎어져 자고 있는 꼴을 본 그의 속내는 어떤 면에선 모성애랑 일맥상통하는 인간 대 인간의 동정심이었을지도 모른다. 저잣거리에서 판을 벌이고 대감집 마당에서 놀이를 하며 연명하는 광대들의 이면에는 뭇 여성 뺨치는 미모와 몸짓으로 배 나온 늙은이들마저 동하게 만드는 공길이 몸을 판다는 뒷배경이 있다. 그걸 보다 못한 장생의 돌발적인 행동 때문에 두 사람이 한양으로 오게 되었고 결국 왕 앞에서 판을 벌이게 되었지만, 예측 불허로 미쳐 돌아가는 상황에서도 장생은 끝까지 놀이판의 광대였고 마지막까지 지킬 것은 지켰다는 것이 참 묘하다. 장생과 공길의 유대로 미루어 볼 때 장생이 공길을 성욕의 대상으로 삼고 싶었던 거라면, 어르든 달래든 때리고 올라타든 막말로 비역질 한번 하는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 장생의 모습은 오히려 장죽을 물고 갓을 쓰고 오만 점잔을 빼떨고 앉아서는 먹을 것과 돈을 무기로 그런 은밀한 욕망을 채우는 양반들(오죽하면 글공부하는 선비들이 그짓을 많이 해서 옛 중국에서는 남색을 '글방 버릇'이라고도 했단다)과 기막힌 대조를 이루면서 그의 신명나지만 애절한 외침에 큰 힘을 실어준다. 마지막에 두 사람이 외줄 위에서 서로 주고받는 외침은, 더이상 잃을 것이 없는 자들-그것도 본질적으로 같은-의 자신에 대한 주장이요 사랑고백이었기에 아련하고 마음아픈 장면이 될 수 있었다. 굳이 애써 궁상을 떨지 않아도 눈물의 카타르시스를 맛보여 줄 수 있는 것이다. 장면 하나하나마다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화면도 좋고, 대사보다도 많은 이야기를 던져주는 듯한 미장센도 좋으며(인형놀이는 정말 기막혔다), 보는 이를 순식간에 몰입시키는 연출도 기막혀서 장생 일행이 연산 앞에서 판을 벌일 때마다 보는 내가 다 떨려 죽을 판이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배역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 하나하나가 다 좋아서, 조금 과장하자면 누구 하나 버릴 것이 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걸쭉한 소리를 내뱉으며 왕과 양반들을 함께 조롱하는 장생을 연기하는 감우성은, 불을 뿜는 듯한 연기는 물론 다소 얇게 느껴지는 목소리 톤 마저도 너무나 멋지다. 피투성이가 된 헝겊으로 눈을 동여맨 채 줄에 올라 '어느 잡놈이 그놈 마음을 훔쳐가는 걸 못 참고...'를 뱉는 부분에 이르면 거의 눈물이 날 지경이다. 정진영의 연산 연기도 강한 힘을 뿜어내는데, 특유의 톤이 절묘한 대사들과 기막힌 조화를 이루는 게 가히 일품이다. 특히나 광기며 이해며 하는 부분을 떠나 왕 자신도 광대나 다름없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끌어낸 점이 좋다. 얼굴이 비교적 낯선 이준기가 성실하게 연기하는 공길 역시 다소 어설퍼 보이는 부분들이 오히려 균형을 맞춰 주어 힘의 시너지를 이끌어냈다고 생각한다. 그마저 감우성만큼 능란한 모습이었다면 오히려 감정적으로 몰입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비록 남자들의 삼각관계에서 일견 뒷전으로 밀려난 듯한 모습이 아쉽긴 했지만 녹수 역의 강성연도 자신의 몫을 충분히 하고 있어서, 연산조의 궐내 풍경을 기막히게 만드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 (세상에, 왕한테 띡띡 반말 늘어놓는 것도 모자라서 '미친놈'이라니, 이거 정말 대단하다) 신명과 광기가 한데 어울려 피바다를 이루는 왕궁의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그런 '아사리판'의 단초를 제공하긴 했으나 끝까지 자신의 천명과 무게를 알고 있는 내시감 처선 역의 장항선도 극을 묵직하게 만들어 준다. 이름은 잘 모르지만 장생과 합류해서 궁에까지 함께 들어가게 되는 3인조 놀이패 아저씨(육갑, 칠득, 팔봉)들도 좋았다. 왕 앞에서 내시 흉내를 내는 장면에서 보는 내 손이 오그라붙을 정도로 감정이 고조된 건 벌벌 떨며 어쩔줄 모르는 그들의 연기 때문이었을지도. 언제나처럼 이러쿵저러쿵 흰소리를 늘어놓긴 했지만, 요약하면 정초부터 아주 대단한 영화를 만나서 기쁘다라는 것이다. 그게 걸죽한 입심으로 불꽃같은 신명을 토해내는 장생 때문이든, 동인심을 자극하는 예쁜 남정네 광대의 모습 때문이든,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묘하게 자극하는 연산 때문이든, 그도 아니면 직업이네 생활이네 하는 현실의 격전지에서 광대로 놀아날 수 밖에 없는 평범한 사회인의 모습을 스스로에게서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든간에, 묘하게 처연한 음악만큼이나 달콤쌉싸름한 뒷맛이 오래 남는 멋진 작품이었다. - 개인적으론 연산이 공길을 두고 나와 창문살을 드르륵 손가락으로 훑으며 걸어가는 장면이 참 좋았다. 의미는 잘 모르겠지만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묘한 감정이 생기는 장면이었다.
|
링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