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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화 자체에 큰 의미가 있었다는 느낌의 1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과 뭔가 연출상의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다는 느낌의 2편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이제 물이 올랐구나라는 느낌에 꽤나 만족스러웠던 3편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를 지나 드디어 해리포터의 네번째 작품이 영화화되었다. 우리말 판으로는 각각 2권 정도였다가 갑자기 그 두배에 달하는 4권이 되어버린 <해리포터와 불의 잔>은 그 분량 때문에라도 영상화에 있어서 팬들에게는 상당한 관심의 대상이 아닐 수 없었다. 가족용 영화라는 관점에선 비교적 무난한 연출을 보여준 1,2편의 크리스 콜럼버스와 특유의 어두움을 훌륭히 표현한 3편의 알폰소 쿠아론에 이어 4편의 항해를 맡은 사람은 마이크 뉴웰이라는 약간은 낯선 이름의 감독.이전까지의 진행에 비해 상당히 불어난 원작의 길이를 염두에 둔 듯, 처음부터 다소 의외다 싶을 정도로 과감하게 치고 나가는 스토리 전개에 조금은 헉헉거리며 쫓아가야 했지만, 일단 전체의 밸런스를 봤을 때는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원작을 읽었느냐 읽지 않았느냐의 여부에 따라 얼마나 몰입도나 이해도가 달라지느냐가 관건인데(당장 가까운 주변만 봐도 책은 제끼고 영화만 보는 사람들이 꽤 있는 만큼 이래저래 그 부분에 대한 흥미가 생긴다),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시리즈 구성만 해도 전체적인 스토리의 유기성이라든가 진행을 따라가는데는 크게 무리가 없을 것 같다는 점에서는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다만 텍스트를 통해 자세히 묘사된 주인공이나 주변 인물들의 성격이나 심리, 그에 영향을 미치는 주변 상황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부족한 것은 어쩔 수 없는지라 상대적으로 풍성함이 느껴질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다른 건 몰라도 케드릭의 죽음 이후에는 조금 더 무게를 실었어도 좋았을거라는 생각이다. 어라, 생각해보니 리타 스키터는 대체 왜 나온거야;? 그것도 미란다 리차드슨이었는데!) 특히 그 쳐낸 가지들 중에서 어떤 것들은 단순히 장식일 뿐 아니라, 당장 이 작품에서의 주인공들의 언행에 동기를 부여하는 복잡다단한 심리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는지라 아주 조금만 더 그 부분을 보여줬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이제 세시간짜리 블록버스터에도 익숙해질 판인데 몇분 더 늘어나는 것 쯤이야 뭐...) 게다가 그것들이 비록 지금은 사소한 에피소드나 곁다리 이야기라 할 지라도 앞으로 이어질 스토리에 대한 복선이라든가 주변 인물들을 돋보이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들이라고 한다면 혹 그 축약된 부분들이 쌓여 앞으로 메가폰을 잡을 감독들에게 새로운 프레셔가 되진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분명 앞에서 설명되지 않은 부분이 동기가 된 나중의 상황을 보여줘야 할 사람들은 그것까지 부연설명을 해야 하니 말이다. 뭐, 그런 걱정이야 감독이나 제작자가 할 몫일테고, 영화 자체는 아주 재미있게 잘 보았다. 러닝타임이 157분이니까 대략 두시간 반이 조금 넘는 셈이지만 솔직히 지루하다는 생각은 한순간도 들지 않았는데, 학내 시합 정도로 보여주던 퀴디치도 갑자기 '월드컵' 사이즈로 스케일이 커지는데다 호그와트를 벗어난 다른 학교의 학생들도 등장하고 트리위저드라는 큰 행사가 주된 배경이다보니 이래저래 볼거리도 아주 늘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다소간 인종적 편견이 들어간 게 아니냐라는 이야기도 나옴 직한 장면들일지 모르나 각자의 교풍을 개성적으로 살린 보바통과 덤스트랭의 모습도 흥미로웠다. 깃쇼님 댁에서 '보바통 발레학교'와 '덤스트랭 서커스학교'라는 이야기를 읽고 영화를 봤는데, 등장 부분과 매치가 되는 통에 웃느라 혼났다.(하지만 인종적 편견을 떠나서 덤스트랭 애들은 좀 지나치게 늙었더라;) 판타지 세계를 무대로 한 영화이니만큼 그 볼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은 당연한 일인데, 먼저 퀴디치 월드컵은 정작 경기 장면은 하나도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엄청난 스케일의 경기장과 관중 또는 식전행사 등을 통해 충분한 눈요깃거리를 만들어낸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여담이지만 빅터 크룸이 등장하는 부분에선 북한의 매스게임이 연상되어 자꾸 웃음이 나왔다) 트리위저드 경기에 있어서는 참가자들의 미묘한 심리적인 요소가 부족하다든지 경기의 실체를 모르던 학생들이 그 안을 들여다보면서 참가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는 변화 등에 대한 설명의 부재는 다소 아쉬웠지만, 적어도 경기 장면장면들은 꽤나 만족스러웠다. 개인적으로 첫번째 과제에서 네종류의 용을 모두 보여주지 않은 것이 상당히 불만이긴 했어도, 헝가리 혼테일과의 추격전은 굉장한 박력을 가지고 있었던데다 씬 자체가 아주 짜임새가 있어서 모처럼 혀를 내두르며 볼 수 있었다. 물속 장면이 주를 이루는 두번째 과제 역시 장면의 상당한 완성도도 그렇고 무엇보다 그림이 참 예쁘게 나와서 꽤나 감탄했다. 또, 원작과는 약간 다른 형태로 진행되는 세번째 과제의 경우도 바로 뒤에 벌어질 암울한 일들의 전조로써는 음습한 분위기를 잘 살려냈다는 생각이다. 전체적으로 비주얼의 완성도가 아주 탁월해서 눈이 아주 즐거웠으니 그것만 해도 본전은 충분히 챙긴 셈이다. 원작의 전개 만큼이나 팬들의 관심을 모으는 것이 바로 주연 배우들의 모습이기도 한데, 개인적으론 아직까지 별 불만이 없다. 극중 배역과 주연들의 나이가 그리 큰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고,(물론 이제 한편 나오는 데 1년 반씩 걸리니 뒤로 갈 수록 그 편차는 심해지겠지만, 원작자 역시 그걸 의식하고 있는지 '마치 늘어나기 마법에라도 걸린 듯이 자라고 있다'는 식으로 주인공들을 묘사하고 있잖은가) 무엇보다 계속 봐 온 친숙한 얼굴들이라 이제 그 얼굴들 말고 다른 얼굴을 연상하는 것 조차 쉽지 않다. 느끼해진다는 평이 많지만 해리 역의 다니엘 래드클리프도 말쑥하게 잘 커 가고 있고, 론 역의 루퍼트 그린트도 나중엔 아주 쓸만한 배우가 되지 않을까 싶은 개성있는 모습이 되어주었고, 무엇보다도 우리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스네이프에 대한 내용이 상당부분 삭제된 것은 불만을 지나 약간 걱정이 된다. 특히 4편에서의 내용은 앞으로 스네이프가 어떻게 움직이게 되는가에 대한 상당한 무게를 싣고 있는 부분인데다 주인공의 내면에 있어서 꽤나 큰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요소이니만큼 4편 이상의 분량을 가지고 있는 5편에서 어떻게 설명해 나갈지도 궁금하다. (사실은 등장 비중이 적어서 불만이었던 것인지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이런저런 아쉬움을 남길 수 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아주 즐겁고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 연유야 어찌되었든 간에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킨 작품의 원작과 영화 진행을 거의 실시간으로 즐기며 그 앞날을 궁금해하는 재미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즐거움이니까. 동생이 결혼을 했기 때문에 이번 편 부터는 매제까지 3명이 함께 보았는데, 몇년에 걸쳐 나오는 영화를 완결될 때까지 함께 보자는 약속을 해 놓고 매번 지켜 나가는 것도 생각보다 재미있는 일이다. 이제 네번 그 약속을 지켰고 어찌어찌 완결까지 되고 나면 상당한 추억이 될 것 같다. 시리즈가 완결되기 전에 이 작은 집안행사가 오빠동생의 부부동반 영화관람이 된다면 그것도 행복한 일이 아닐까. 나중에 아이라도 생겨서 '네가 지금 읽고 있는 해리포터 시리즈는 영화로 전부 일곱편이 나왔는데, 개봉할 때마다 고모랑 함께 봤단다. 생각해보니 그게 무려 10년 가까이 걸렸구나.'라는 이야기라도 해 줄 수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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