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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루 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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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에 친구들로부터 굉장히 재미있고 꼭 읽어볼만한 책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더글러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사실은 영화화 소식을 듣고 나서야 부랴부랴 책도 구입해서 미리 예습도 해 두고 이래저래 개봉을 기다리고 있었는데(그것도 꽤 됐다;), 여름 블록버스터들에 밀린 탓인지 아니면 이건 장사가 안 되겠다고 판단한 배급사들의 전횡인진 몰라도 아무튼 필름포럼 단관 개봉이라는 소식을 재차 접하게 되었다. 다행히 오늘 시간이 나서 마지막회 관람 성공.종류를 막론하고 책에 대한 감상은 한동안 포스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감상을 적은 적이 없어서 지금에서야 슬쩍 흘리는 얘기지만, 시종일관 냉소적인 유머감각을 잃지 않고 있는 작품을 즐겁게 읽은 것은 개인적으로 흔치 않은 경험이라 이래저래 영화에 대해서도 적잖이 기대를 하고 있었다. 일단 간단하게 감상을 적자면, 굉장히 재미있는 영화라는 것이다. 박장대소를 하며 뒤집어질 만한 큰 웃음거리보다는 -아니, 클라이막스의 모 장면에선 손뼉을 치며 마구 웃긴 했다- 시종일관 어깨를 들썩이며 키들키들 볼 수 있는 다소 묘한 느낌도 가진 영화. 영화에 편견을 가지면 안된다는건 잘 알지만, <오픈 워터>를 마치 블록버스터처럼 포장해서 광고 때릴 힘으로 이 영화를 걸었으면 꽤 재미봤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적절한 비유는 아닌데 상상력이나 전개의 면면이 가히 마사루급이라 할 만한 장면들의 시각적인 표현도 아주 재미있었고, 낯익지는 않지만 왠지 정이 가는 주연 배우들의 연기며 얼굴들도 마음에 들었고-특히 트릴리언이 아주 귀엽더라는 것도 덧붙여 둔다-, 예고편을 보면서도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존 말코비치의 등장도 의외의 재미. 우울증에 걸린 로봇 마빈의 성격도 잘 표현된 것 같고, 은근히 완성도가 높은 시각효과도 매우 좋았으며 짐 헨슨 프로덕션에서 전담한 보곤 성인의 표현이나 디자인도 특히나 마음에 들었다. 특히 중간중간 등장하는 가이드북의 비주얼 표현이 백미로, 이걸 이용해서 마지막에 한번 더 웃겨준다. 그러니까 이 작품도 엔드 크레딧을 계속 봐야 하는 영화. 재미있게 본 것과는 별개로, <반지의 제왕>때와 비슷한 느낌도 있다. 그러니까, 피터 잭슨의 3부작을 보면서 굉장한 만족감을 느끼는 한편으로 '그래, 정말 잘 만들었고 3년동안 정말 즐거웠다. 그러니까 언제가 됐건 누가 원작에 아주 충실한 미니시리즈라도 좀 만들어 줘'라는 아쉬움이 조금 남았던 기억 같은 거랄까. 작가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직접 각색에 참여해서인지 상당히 과감한 수술을 해 가며 만든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씁쓸한 유머라든가 황당함은 잘 살아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원작과는 많이 다르다. 체감분량으로만 치자면 원작의 몇% 정도나 표현됐다고 해야 할까? 영화에서 다루지 않은 부분에 나오는 촌철살인의 블랙유머는 둘째치고, 확실히 설명이 부족한 부분들은 아쉬울 수 밖에 없다. 포드 프리펙트의 전자 엄지라든가 순수한 마음 호의 작동원리 같은 건 설명이 좀 되었어도 좋았을 것이다.(순수한 마음 호의 작동원리는 안내서의 애니메이션을 통해 소개가 되는데, 우리나라에선 어찌된 셈인지 이 부분이 약간 잘렸다) 원작지상주의자들이 보면 헐리우드적으로 빤하게 타협한 작품이다라고 질타를 할 만도 하다는 생각이지만(부에나비스타/ 터치스톤 영화라는 걸 감안하고 보면 더더욱 그럴지도), 즐거운 마음으로 보기엔 부족함이 없는 영화였다는 것이 내 감상이다. 감독도 엄청난 제작비를 들여가며 관객을 조롱하다시피하는 블랙코미디를 만들 수는 없었을테니 오히려 부담없이 보자면 이쪽이 더 나을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5권까지 모두 읽고 나서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는 건지도 모른다. 속물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난 4권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펜처치와의 만남으로 인해 유일하게 아서가 행복했던 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이유로 5권의 전개나 대단원은 다소 당혹스러운 면도 없지 않았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냉소로 가득찬 작품 속에서 느낀 뭔가 애정어린 시선이 가장 큰 매력이긴 했지만:) 남들에게 권했을 때 어떤 반응이 돌아올 지는 알 수 없으나, 앞서도 썼듯이 꽤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모르긴해도 원작을 한번 더 읽고 나서라든가, 일단 영화를 두번째로 보게 된다면 분명 처음 볼 때와는 다른 구석구석의 코드들을 발견할 수 있는 재미가 있을거라는 것도 확실하고. 오랜만에 아주 말 그대로 '즐겁고 재미있게' 본 영화다. 단관 개봉한 영화를 일부러 찾아가서 본 것이니만큼 전단지라도 있었으면 내겐 의미있는 전리품이 되었을 텐데, 우리말 포스터나 전단지는 아예 제작을 하지 않은 듯(나중에 다른 분들 포스트를 보니 흑백 단면 전단지가 있었지만) 극장에 걸린 포스터에조차 출력한 한글 제목을 덧붙여놓은 등의 모습은 좀 아쉽다. 객석이 거의 2/3 정도 차 있었던 것은 다소 의외.P.S. 1: 아침에 포스트를 다시 읽다가 작가 이름을 엉뚱하게 적어놓은 걸 발견해서 뜨악 하고 수정. 에드워드 애덤슨이 대체 누구람?;;; P.S. 2: 표의 시간을 보면 18:30분으로 되어 있는데, 사실은 마지막회인 8시 30분 표를 예매한다는 것이 이렇게 된 듯. 표를 예매한 누님도, 표를 받아든 나도, 예매표를 출력해준 매표소 직원도, 표를 끊어준 입구의 직원도 모두 몰랐다. 들어가 앉은 다음에야 자리가 겹치는 걸 보고 뭐야 하며 확인하곤 4회 표라는 걸 알았다나. (하지만 교환이나 뭐 그럴 시간이 없었던 관계로 그냥 모른척 앞쪽 자리에 가서 보고 나왔다고 한다) P.S. 3: 이 영화 보게 되면 뭔가 해야지 하고 생각하던 걸 잊었는데, 그게 타월이라는 걸 지금에야 깨달았다. 혹 한번 더 보러 갈 기회가 된다면 반드시 타월을 목에 걸고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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